NEC의 「라뷔NX」, 일본IBM의 「싱크패드 i시리즈」, 샤프의 「뫼비우스노트」, 컴팩컴퓨터의 「프리자리오」 ···.
일본 PC업체들이 주력상품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대만 업체들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조달받거나 주문자가 케이스 등을 디자인하고 대만업체가 생산하는 주문자설계생산(ODM) 제품들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세계 최대의 데스크톱 PC 생산 국가로 알려져 온 대만이 이제는 노트북PC 분야에서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업체들도 최근 미국 지역을 중심으로 1000달러 미만의 저가 PC가 널리 보급되는 등 데스크톱 PC의 저가격화 추세가 급류를 타면서 수익개선의 여지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부가가치가 높은 노트북PC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만의 노트북PC 생산액은 지난해 전년대비 26.9% 증가한 84억달러를 기록하며 정보기기 분야에서 모니터 산업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생산대수는 지난해에 전년대비 35.9% 증가한 607만대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올해에는 생산대수가 82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일본을 제치고 1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특이한 것은 주요 노트북PC 업체 중에서는 도시바, 소니 등 일부 메이저 업체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대만업체와 어떤 방식으로든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 최대 노트북PC 업체인 콴터의 경우 델컴퓨터, IBM, 게이트웨이, 애플컴퓨터 등을 주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콴터는 올해 노트북PC의 출하 목표를 약 200만대로 잡고 있는데 이것이 실현되면 도시바에 이어 세계 제2위의 노트북PC 생산업체가 되는 셈이다.
데스크톱PC를 포함하면 대만 최대의 PC생산 업체인 에이서는 IBM에 「싱크패드 i시리즈」를 ODM공급하고 있다. 에이서는 올해 자사브랜드 제품을 합한 전체 노트북PC의 출하대수를 지난해의 약 2배에 해당하는 150만∼16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델컴퓨터의 「인스피런」 등을 생산하는 OEM·ODM 전문업체인 콤팔이나 NEC의 「라뷔NX」를 생산하는 FIC도 노트북PC 생산량이 전년도에 비해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모두 출하 계획을 높게 잡고 있다.
대만업체의 노트북PC 생산이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저렴한 생산원가에 있다.
덕분에 최근 일본에서 출시되고 있는 14.1인치 박막트랜지스터(TFT) 액정표시장치(LCD)를 탑재한 A4크기의 노트북PC 가격대는 30만엔 이하에 형성돼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같은 고급사양의 노트북PC는 40만엔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30만엔 미만 제품이 인기상품으로서의 절대적인 요건이 돼 있는 상황이다. 인건비뿐 아니라 물류비나 관리비 등이 비싼 일본에서 생산해서 이익을 남기기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몇년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일본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대만업체의 기술력과 품질관리 능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몇몇 노트북PC 업체의 경우 소니 등 일본의 선발업체들이나 생산하고 있는 마그네슘 합금 케이스를 채택한 박형 노트북PC를 생산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1, 2년 사이 대만에서는 노트북PC 사업에 신규 참여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사스텍, 기가바이트 등 대표적인 주기판 업체들의 시장 진출이다. 아사스텍의 경우 이미 엡슨다이렉트 등의 OEM 공급처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들 업체의 신규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타이베이시 컴퓨터동업협회(TCA)의 한 관계자는 『노트북PC 사업은 자본력이나 부품조달 경로, 케이스 디자인 등 많은 기술력이 요구돼 기존의 주기판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는 주요 몇 개 업체에 의한 과점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콴터, 에이서 등 선두 업체들은 미국이나 일본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기술력이나 품질 관리 등의 면에서 탄탄하게 기반을 다지고 있다.
콴터의 경우 샤프와 제휴를 맺고 TFT LCD 생산기술을 제공받아 오는 2001년부터 LCD를 생산할 계획이다. 품귀현상으로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온 LCD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제품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콴터는 샤프의 노트북 PC를 OEM 공급하는 행운까지 얻었다.
더욱이 일각에선 에이서가 IBM PC를 OEM방식으로 확대 생산하거나 공동 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만 업체들은 미국·일본 등의 선발업체와 손을 잡고 가격경쟁력과 신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을 대량 생산하면서 「데스크톱 PC분야 챔피언」에 이은 2연패를 꿈꾸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