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컴퓨터가 대우통신의 미국 합작업체인 퓨처파워를 디자인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 컴퓨터 디자인에 관한 저작권을 과연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느냐에 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주 퓨처파워와 대우통신을 상대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퓨처파워가 최근 발표한 윈도PC가 자사 인기모델인 「아이맥」의 디자인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의 판매중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애플이 문제삼은 제품은 퓨처파워가 지난 21∼24일 뉴욕 「PC엑스포」에서 선보인 본체모니터일체형 윈도PC 「E파워」로 반투명 플라스틱 케이스를 포함해 전체적인 디자인이 아이맥과 유사하다.
대신 이 제품은 맥OS가 아닌 윈도OS를 채용했으며 400㎒ 셀러론 프로세서, 64MB 메모리, 6.4GB HDD, 40배속 CD롬 드라이브, 56K 모뎀 등을 갖추고 다음달부터 799달러에 미국시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퓨처파워는 (독창적으로) 고안할 수 있는 컴퓨터 디자인이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디자인을 모방했다』고 비난하며 『그동안 아이맥 디자인에 상당한 돈과 노력을 쏟아온 만큼 결사적으로 이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퓨처파워측은 공식적인 논평은 하지 않았으나 자사 제품이 결코 애플 디자인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애플의 제소는 PC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것으로 컴퓨터 디자인의 저작권에 관해 적잖은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에 나온 「아이맥」이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개인용 컴퓨터 디자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놓음에 따라 윈도PC에서도 이같은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필요성 제기와 함께 PC업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저가 PC업체인 이머신즈 역시 윈텔 기반의 「아이맥」 클론제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애플의 주장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코카콜라와 비슷한 모양의 병을 만들 수 없다』며 애플측의 주장을 두둔하는 반면 데이터퀘스트의 한 분석가는 『롤렉스처럼 보이는 제품을 단 100달러에 합법적으로 팔 수 있는 게 아니냐』며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과거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윈도가 맥OS의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를 모방했다는 혐의로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한 바 있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