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변하는 세계 DVD 시장

 소니·HP를 비롯한 세계 유력 정보기술(IT)업체 6개사가 지난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PC엑스포」에서 새로운 읽기·쓰기 가능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규격인 「DVD+RW(리라이터블)」의 드라이브 시제품을 일제히 내놓고 올 가을 상품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읽기·쓰기 가능 DVD의 표준화 규격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전개된 DVD램 진영과 DVD+RW진영간의 경쟁이 제품 상용화를 바탕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CDRW를 대체할 만한 차세대 저장매체로 관심을 모아왔던 읽기·쓰기 가능 DVD는 단순히 CDRW를 대체하는 데서만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CDRW가 차지하던 애매모호한 수요층에서 벗어나 완벽한 저장매체로 인식되고 있을 뿐 아니라 VCR를 대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대체품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 세계 DVD업계가 DVD램과 DVD+RW 등 두 진영으로 나뉘어 각각의 규격을 차세대 DVD 저장매체의 대표주자로 내세우기 위해 한치의 양보없는 경쟁을 벌여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파나소닉·히타치·도시바 등 일본 전자업체는 디스크 한 장당 2.6GB, 양면 저장시 5.2GB를 저장할 수 있는 DVD램 드라이브를 발표, DVD시장을 선점하고자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DVD+RW진영인 HP·필립스·소니는 3GB의 저장용량을 갖춘 DVD+RW 드라이브를 1000달러 이하에 공급한다는 목표아래 연구개발에 몰두해 왔다.

 최근 히타치·마쓰시타전기를 중심으로 한 DVD램진영은 기록용량 4.7GB급의 「제2세대 DVD램」 최종 규격을 확정, DVD+RW진영을 따돌리기 위한 세력확장에 가속도를 붙였으며, 이에 맞서 DVD+RW진영은 지난달 「PC엑스포」에 앞다퉈 시제품을 내놓고 올 가을 상품화 계획을 발표,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처럼 세계 DVD업계가 읽기·쓰기 가능 DVD의 개발 및 상품화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은 이 시장이 CD롬 드라이브의 차세대 제품으로 큰 폭의 시장성장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는 2001년 전세계 DVD시장은 13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서 읽기·쓰기 가능 DVD 드라이브는 주력제품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읽기·쓰기 가능 DVD 저장매체는 CD롬·CDR·CDRW가 혼재하던 CD계열 저장매체시대와 달리 단순히 읽기만 가능한 DVD롬을 단숨에 건너뛰어 대중화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돌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DVD를 둘러싼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국내 전자업체들이 제대로 대처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 LG전자·삼성전자·DVS코리아 등 국내 DVD롬 드라이브 개발업체들은 올해부터 DVD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 3세대 DVD롬 제품 개발 및 상품화에만 치중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CDRW 드라이브 개발 및 상품화에 전력을 기울여온 탓에 차세대 DVD계열 저장장치 분야에 쏟을 여력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 전자업체들의 기술개발이 한계를 맞고 있는 것도 차세대 DVD시장 진출에 대한 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아직은 세계 차세대 DVD시장에서 DVD램이 이른 제품 출시시기로 다소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DVD램은 미디어당 용량이 적고 DVD롬·CD롬과도 호환되지 않는 문제 때문에 DVD+RW에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와 함께 DVD램 및 DVD+RW 두 진영 모두 국제표준규격을 둘러싼 문제뿐 아니라 DVD롬 타이틀의 부족과 CD계열의 애플리케이션 확산, 초저가 PC의 대두, CD롬 드라이브 가격의 급락 등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도 산적해 있다.

 따라서 현재 이들 두 진영의 성패를 속단하기는 힘들다. DVD+RW진영에서 상용제품을 발표한 후의 시장상황을 봐야 그 결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읽기·쓰기 가능 DVD가 앞으로 CD계열 저장매체를 대체할 것만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런 DVD시장을 둘러싼 환경변화를 감안할 때 국내 업체들은 외국 유력 전자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고 새로운 시장에 대비해 나가려는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