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장비 수출에도 눈 돌려야

 캐나다를 국빈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장 크레티앵 총리와 경제협력 증진에 관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통신장비 조달시장을 서로 개방하는 내용의 한국·캐나다 통신장비조달협정을 체결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이 협정이 발효되면 국내 시장도 개방되지만 연간 약 4000만 달러 규모의 캐나다 장비시장에 한국 업체가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사실 한국은 해외 시장에서 정보통신 분야, 그 가운데서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기술과 운용 노하우를 확보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CDMA시장이 계속 확산되고 있고 차세대 이동전화 IMT2000 상용화를 앞두고 CDMA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어 국내 업계의 통신장비 수출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성숙되고 있다.

 특히 우리는 국가원수인 김 대통령이 직접 나서 CDMA 수출을 지원하는 세일즈외교, 경제외교를 활발히 펼치며 통신장비의 해외수출 길을 터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통신장비 시장은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막론하고 세계 각국이 국가정책 프로젝트로 취급하고 있어 민간기업 단독으로 진출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는 김 대통령이 앞장서 뛰고 정부가 뒤를 받치며 업계가 물량수주에 나서는 민·관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이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 대통령은 중국 방문시에도 한국의 CDMA 기술을 사용해 보라며 중국 지도층을 설득해 큰 진전을 이뤄냈고 베트남을 방문해서도 역시 CDMA 세일즈를 강조했다.

 이 때문인지 세계 최대시장이면서도 CDMA 채택을 거부해 우리 가슴을 조이게 했던 중국이 최근 들어 CDMA 도입을 결정했고 베트남 역시 국산 교환기와 서비스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는 그같은 CDMA 외교가 선진국인 캐나다에까지 상륙, 민간업계의 진출 길을 터주게 돼 대통령으로서는 우리 기업들에 최고의 선물을 한 셈이다.

 이제 민간기업들에 돌아온 몫은 대통령과 정부가 닦아놓은 CDMA 수출 길을 신나게 달려 나가는 것이다.

 국내 업계는 지난해와 올해 단말기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 해외 시장에서 성가를 드높이고 있지만 교환기 등 통신장비는 아예 수출을 포기할 정도로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따른 극도의 자금경색으로 장비 수출의 필수불가결 요소인 금융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지만 그래도 국내 장비업계가 살 길은 내수에 안주하지 않고 수출에 나서는 길뿐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역시 장비 수출의 동력인 대외협력기금(EDCF) 규모가 턱없이 부족, 정부가 이 기금부터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만 쳐다본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은 아니다. 민간기업도 자구노력과 함께 장비수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한 때다.

 이와 관련해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삼성전자가 외국계 은행과 손잡고 통신장비 수출을 지원하는 파이낸싱 문제를 처리한 일이다.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ABN­AMRO은행과 제휴, 통신사업부문 금융협조체제를 구축했고 이에 따라 삼성은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정부의 자금이 모자란다면 기업 차원에서 금융권을 먼저 뚫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국내 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CDMA 장비 수출의 호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해외영업 관련 인력을 보강하고 현지의 최신 정보를 수집하는 등 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올해도 장비 수출 활성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조만간 열릴 최대 시장인 IMT2000 분야까지 외국 경쟁사에 내주게 될지 모른다. 자칫 단말기 생산국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국내 통신업계가 장비 수출에 눈을 돌려야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