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 조동만 부회장-데이콤간 "법정다툼" 배경

 한솔PCS의 주식 428만800주에 대한 양도양수를 둘러싸고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조동만 한솔그룹 부회장과 데이콤의 분쟁은 일단 한솔 조 부회장의 공세에 데이콤의 방어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싸움은 한솔과 데이콤 양사에서 불거진 것이긴 하지만 최근 주요주주간 주식 매매에 관해 복잡한 이면계약을 체결한 여타 기간통신사업자들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태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면계약을 체결할 당시와 현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져 있어 이를 적절히 반영하거나 중간협상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솔 조 부회장과 데이콤의 다툼은 겉으로는 경영권 확보를 겨냥한 지분 매입 분쟁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결국은 돈 싸움이다. 지분 매입을 주장하는 한솔이나 이를 반대하는 데이콤이나 계약 체결 당시의 주가와 현 주가가 너무 달라 어느 한쪽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싸움은 양사의 경영진과 직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데이콤이 승리한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법원이 한솔 조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데이콤 현 경영진과 직원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단인 조 부회장과 데이콤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 한솔PCS 주가는 액면가 이하인 3500원대였다. 그 당시에는 한솔의 미래가 불투명했고 99년 6월 30일까지 8000원 수준에 도달하는 것도 힘겨우리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데이콤은 오히려 주당 8000원이라는 가격을 계약서 문구에 집어 넣은 것을 성공작이라 평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져 한솔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2만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증시활황 추세를 감안하면 더 뛸 수도 있다. 이런 판에 데이콤이 주당 8000원에 지분을 넘긴다면 데이콤으로서는 엄청난 손실을 입는 것이다. 규모는 600억원에 이른다. 데이콤이 4, 5년 동안 벌어들이는 수입에 해당한다.

 한솔 조 부회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계약을 지키라는 것이다. 조 부회장이 데이콤 지분을 넘겨 받게 될 경우 한솔그룹은 BCI­AIG가 연합한 외국인주주에 이어 한솔PCS의 2대주주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된다. 표면적 지분율과는 달리 전환우선주를 포함할 경우 한솔PCS의 외국인 지분은 30%를 넘어서고 한솔그룹이 15%, 데이콤은 3.9% 수준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한솔PCS의 시가보다 훨씬 싼 값에 주식을 사들이고 자사 지분율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서는 이처럼 엄청난 돈이 걸려 있어 조 부회장이나 데이콤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태다. 밀리면 곧바로 책임론이 제기된다는 사실을 양 당사자가 잘 알고 있다. 물론 당사자간 협상을 통해 가격산정을 다시 한다든지 혹은 매각자에 별도의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등의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협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결국은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계약 내용이 있다. 지분매각계약서를 체결한 당사자가 데이콤은 대표이사 곽치영 사장이지만 한솔은 조동만 그룹부회장이다. 조 부회장은 대표이사도 아니고 한솔PCS의 대표이사도 아니다. 상법상 책임이 없는 개인 신분이다. 그럼에도 조 부회장 개인과 법인 데이콤간 계약을 체결했다. 그래서인지 양측은 계약서를 한번 더 만들었다고 한다. 그 때에는 한솔측에서 조 부회장을 대신해 한솔그룹 경영기획실장이 계약이행을 담보하는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