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악저작권 단체 거듭나야

 차세대 음악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던 MP3 등 디지털 음악파일 다운로드 서비스가 일부 음악 저작인접권 단체의 압력에 의해 대부분 지난달 말로 중단된 데 따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PC통신이나 인터넷 등의 공개자료실에 올라있는 「공짜」 음악파일들을 삭제하고, 유료서비스의 경우에도 1곡당 1000원 이상을 받을 것을 요구했던 일부 저작인접권자들이 최근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서비스를 중지토록 하자 음악 정보제공업자(IP)와 이용자는 물론 MP3 확산 열기에 힘입어 발빠르게 전용 플레이어를 개발·생산하고 있는 하드웨어 업체들까지도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로 인해 저작인접권자들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다른 음악 저작권 관련 단체들까지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 파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작인접권자들과 IP간의 근본적인 오해와 반감 이외에도 우리나라 음악 저작권 관리체계가 정립되지 못한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저작권자나 인접권자들은 자신들의 허락을 구하지 않은 불법 음악파일과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디지털 음악파일 서비스에 대한 감정까지 별로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자칫 「컴퓨터 전문가」들에게 음악사업의 기반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오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IP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법을 몰라 이용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막상 협상을 하려드니 상대가 너무 많거나 혹은 찾을 수 없고 때로는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는 음원을 포함한 저작인접권에 대한 권리단체간 의견충돌로 대표협상 창구로 부를 수 있는 「저작인접권 집중관리단체」가 지정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런 이유들로 인해 현재 시중에 MP3 음악파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이러다가 자칫 외국 업체들에 시장을 빼앗기고 불법복제를 야기시키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MP3파동」을 거론하는 것은 IP를 두둔해 저작인접권자의 지나친 권리행사를 비난하기 위한 게 아니다. 인접권 단체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없었다면 아직까지도 통신상에는 불법 복제물이 만연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고, 각국이 정부 차원의 노력은 물론 민간에 대한 지원과 독려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저작인접권 단체들의 이같은 행동은 자칫 시대를 거스르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디지털시대에 걸맞게 음악 저작권 및 인접권자들의 마인드도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인터넷·PC통신 기반의 신규 음원 제공 서비스는 비디오·영화·TV와 TV수신카드의 관계처럼 경쟁재나 대체재라기보다는 음원을 다양한 상품으로 가공함으로써 판매기회를 늘리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의 하나로 인식,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MP3사업을 저작인접권 단체나 특정업체로 제한하려는 것은 서비스의 활성화를 막는 자충수가 되기 십상이다. 신규 서비스의 경우 황무지를 개척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개미군단들의 역할이 중요한 법이다.

 디지털시대에 우리 산업이 세계적인 추세에서 앞서 나가고 이를 통해 음악 저작권 및 인접권자들도 동반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체들이 허심탄회한 협상을 통해 집중관리단체를 서둘러 구성하고, IP들이 공정하고 자유롭게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저작인접권 단체들은 그동안 주로 「음악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지불능력도 충분한」 방송국 등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사용료를 「징수」하기 위한 협상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이들과 음악 자체를 상품화하는 IP들을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 「징수의 대상」이 아닌 「사업의 파트너」로 인식을 바꾸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MP3파일 서비스뿐만 아니라 이를 지지대로 전용 플레이어와 관련 부품, 반도체 등 전후방 산업이 활성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호기를 맞아 단체간의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거나 눈앞의 이익을 위해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