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08)

 『개발의 필연성이라니? 잘못 알아듣겠으니 쉬운 말로 하이소.』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개발하려면 이미 있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오. 다시 말해서 신선한 채소를 얻기 위해서 비닐 하우스가 개발되었고, 물고기 위치를 알기 위해 어군탐지기가 개발되었고, 국물이 끓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증기 배출장치가 있는 냄비가 개발되고, 무거운 가방을 옮기기 편하게 하려고 가방 아래에 바퀴가 달린 여행용 가방이 개발되었고, 다리미질을 하지 않기 위해 구겨지지 않는 와이셔츠가 개발되고, 문을 열지 않고도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보기 위해 유리문 냉장고가 개발되고, 프린터와 복사와 팩스 기능이 합쳐진 전화기가 개발되고 있는 거요. 다만 그것이 값이 싸고 실용적이냐는 점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하지요. 전화와 팩스와 프린터와 복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전화기를 개발했다고 해도 그것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면 소비자들은 구매를 하지 않지요. 적어도 각기 따로 구매하는 것을 합친 것보다 훨씬 싼 가격이어야 하고, 조작하기 어렵지 않게 해야 하지요. 컴퓨터와 관련된 것으로 바로 그와 같은 것을 개발하려는 것입니다.』

 『자본금은 정말 270억원이에요? 어머니가 대주었나요?』

 『어머니가 대주었습니다. 실제는 270만원이지만 나는 270억원의 가치와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의 어머니는 나를 믿고 있어요. 잘될 것이라고 말이오. 어머니의 그와 같은 믿음을 생각하면 그 270만원이 270억원의 가치가 있지요.』

 『꼭 마마보이 같이 말하네.』

 송혜련은 내가 어머니 말을 꺼내면 별로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마치 뭔가 잘못되기라도 한 것같이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어머니가 아들을 지나치게 감싸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나치게 감싸고 있다는 점에서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남편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이제 큰아들마저 잃은 어머니 입장에서는 하나 남은 아들에게 집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긴, 나의 형이 생존해 있을 때도 어머니는 나에게 집착했던 것이 사실이다.

 『난 기술 개발이니 뭐니 하는 것을 잘 모르겠지만….』

 송혜련은 손목시계를 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개발하려는 물건이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으면…, 오라는 데도 많은 것 같은데 더 직장 생활을 하다가 좀더 나이가 들고 경륜이 쌓인 다음에 창업을 하면 안 되나예? 최영준씨는 아직 나이가 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