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비전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도 업체별로 연간 생산규모가 1000만대를 넘어서는 제품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삼성·LG·대우 등 전자3사의 대표제품인 컬러TV·VCR·전자레인지·모니터·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CD롬드라이브 등이 기업별로 1000만대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국내에 전자산업이 태동한 지 반세기도 안돼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반증이다.

 연간 1000만대 생산규모는 세계 시장점유율 10% 안팎을 차지할 수 있는 외형이다. 그것도 개별기업이 달성한 것은 가격과 품질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을 뿐 아니라 2000년대 세계 초일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올 들어 IMF체제에서 벗어나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생산 1000만대 시대 조기 진입을 알리는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생산이 수출확대 및 내수진작에 힘입어 14.8% 늘어난 74조841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예측이 하반기 산업경기를 반영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산업은 「구조개혁」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산업으로 도약해야 할 대전환기의 과제를 안고 있다.

 혁신과 창출로 집약되는 거대한 변화의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는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게 오늘의 상황이다.

 지금은 기술전쟁의 시대다. 세계의 기업들은 기술을 무기로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종산업의 침투와 기업간 제휴로 인해 적과 동지, 시장 주도자와 시장 추종자가 불분명한 가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 전자·정보통신산업계의 현주소다.

 이제는 첨단기술에 대한 확고한 경쟁우위를 지켜야만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대의 무기는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우위라는 사실이 선진국들의 세계 시장 선점구도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경우 고유의 기반기술을 확보하여 그것을 전략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이 아직은 미약한 게 사실이다. 기술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궁극적인 기반기술 확보는 물론이고 기술인재 육성 및 교육시스템 강화,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전진의 수레바퀴를 가속적으로 돌리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첨단기술로 상징되는 대체에너지원의 개발은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과제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의 전도가 첨단기술의 개발 개연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대과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전자·정보통신산업이 국가 제1의 산업으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자산업계가 연출한 성장의 드라마가 어떠한 위기적 상황에서도 막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는 연출자로서의 정부, 연기자로서의 기업, 관객으로서의 소비자가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한다.

 2000년을 바라보는 현 시점에서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은 첨단과 혁신을 양 축으로 해 세계무대를 누빌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아무리 높고 험한 기술의 벽도 혁신을 지향하는 전자·정보통신인들의 합력과 집념이 담보되면 뛰어넘을 수 있다.

 40년간 쌓아온 우리 전자·정보통신산업이 2000년대에도 계속 한국의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 되기 위해서는 전자·정보통신인의 노력과 용기가 더없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새 천년의 새 기회를 잡는 노력을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선행해 「혁신과 첨단」을 두 축으로 한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비전을 더 늦기 전에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