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터넷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인터넷 표준인 하이퍼텍스트 마크업 랭귀지(HTML)가 「익스텐서블 마크업 랭귀지(XML)」라는 차세대 언어로 대체될 전망이다.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XML이 인터넷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이 언어를 사용할 경우 그동안 인터넷 사용자들이 느꼈던 많은 불편과 불만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보검색의 지연이나 오류, 인터넷 비즈니스에 필수적인 보안과 정보교환의 불편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XML은 식별코드(identifying code)에 기반해 전자정보를 정의하는 것으로 HTML과 동일한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XML과 비교하면 HTML은 어린아이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XML이 전자정보의 정의 및 포맷용으로 훨씬 더 정교한 태그(tag), 즉 식별 꼬리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HTML 기반의 웹페이지에선 숫자가 가격이나 물체의 크기를 의미할 수도 있고 그 밖의 것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XML 페이지에선 그 숫자가 나타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지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XML이 널리 채택되면 정보의 불확실성이 제거돼 인터넷 검색이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해지는 효과가 있다.
일례로 TV 등 특정 제품에 대한 가격을 비교하고 싶을 때 지금은 제조업체들의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전자 카탈로그를 뒤지든지 일반 검색어를 사용해 관련이 있을 법한 사이트를 찾아봐야 하지만 XML 태그를 사용하면 「TV가격」과 같은 간단한 문장으로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는 검색엔진의 효율성을 높이고 나아가 불필요한 접속으로 인한 웹서버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XML이 검색대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지정해 주기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다.
이같은 환경변화의 결과에 대해 『XML은 웹을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 것』이라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망했다.
무엇보다 XML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전자상거래(EC) 분야다.
이미 일각에선 그동안 EC용 프로토콜로 사용해 왔던 전자문서교환(EDI) 대신 XML을 채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EC용 EDI의 경우 한번 만들어진 문서포맷의 수정이 쉽지 않고 거래 전에 품목과 데이터를 서로 맞춰야 하는 등 경직성을 갖고 있는 반면 XML은 확장언어로 태그를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등 유연성을 띠고 있어 사용하기가 한결 편리하기 때문이다.
또 별도의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브라우저만 있으면 되는데다 XML 애플리케이션 도입으로 비용절감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EC용으로 XML을 채택키로 한 미국의 델컴퓨터 관계자는 『xml을 사용하면 고객 및 데이터 소스간에 공통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효율적인 주문처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이와 관련, 「E비즈니스 기술전망 보고서」를 통해 XML이 향후 몇년간 인터넷 비즈니스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EC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XML이 널리 채택되려면 한가지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는 태그에 대한 공통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XML의 기본규격이 지난해 인터넷 관련 표준화 단체인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에서 표준으로 채택되긴 했지만 금융이나 통신,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정 데이터를 지정하는데 필요한 태그 규격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태그 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 아니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등 IT업체는 물론 많은 전사상거래 관련 업체들까지 나서 저마다 다른 XML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XML은 벌써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호협력의 장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인터넷 세계의 보편언어로 자리잡지 못하고 표류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체계적 정보표준 발전기구(OASIS)」라는 표준화 단체는 분열방지 대책의 하나로 XML.org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XML 관련 소식을 제공하고 태그에 관한 제안을 취합하는 등 이해 당사자들의 상호협력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 MS도 이 서비스가 제공되기 하루 전에 자사 및 협력업체들의 XML 태그 및 제품에 관한 정보교류를 위한 「BizTalk.org」를 발표했다.
양측의 긴장은 결국 MS가 최근 OASIS에 참여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됐지만 내용상의 통일까지 이룬 것은 아니다.
모든 컴퓨터 플랫폼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한 선의 자바가 MS의 변형판 개발로 분열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 XML에서도 진행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