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킬러 애플리케이션 (29);디지털 전략 (2)

전략적 기획의 흥망성쇠

 지난 1980년에 출간된 마이클 포터의 「경쟁적 장점(Competitive Advantage)」은 전통적인 전략 기획을 설명한 고전이다. 포터는 여기서 평균 이상의 퍼포먼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고 또 이를 구현할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는 시장상황을 분석하고 또 경쟁적 강점과 약점을 산정하는 한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개발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략의 진척상황을 감시하는 방법까지 보여주고 있다.

 포터의 기술 중 많은 부분이 아직도 유익하긴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기술들이 가상공간에서는 대체로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포터 자신도 지난 1996년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이러한 사실을 암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여기서 대부분의 기업 임원진들이 자신이 최초에 충고한 내용들을 수행하지 못한 점을 비난했다. 그는 전략으로 가장한 기업 비전과 목표설정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다수의 기피행위들, 총체적 품질관리,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과 같은 혼란으로 이러한 실패가 자행됐다고 비난했다.(만화가인 스코트 아담스도 「딜버트 프린시플」에서 이와 같은 논조로 신랄하게 비난한 바 있다.)

 포터는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계나 혁명적인 기술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업계에서 전략을 개발하는 일은 위압적인 계획』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대부분의 산업계는 디지털기술 때문에 이전의 규칙들은 모두 그 효력을 잃은 새로운 경쟁시대를 맞고 있거나 곧 맞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그는 업계와 경쟁업체를 서로 분리하는 분명한 경계선, 그리고 기업들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안정된 시장의 존재를 믿었던 것이다. 어떤 특정한 업계에서의 주요 업체들 사이의 관계는 대체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포터의 견해였다.

 우리는 여기에서 포터와 의견을 달리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산업은 이미 「혁명적인 기술변화」의 한가운데 놓여있고 그리고 적어도 무어의 법칙이 존속하는 동안은 그런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운송, 석유탐사, 제조 등과 같은 산업계의 핵심 기술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을지라도 핵심 상품 및 서비스가 정보이거나 정보를 포함하는 산업계, 예를 들어 연예오락, 소매, 금융서비스 및 화학산업 등은 주요한 기술 전환을 겪고 있다.

 「모든 산업계가 정보기술의 사용에서 혁명을 겪을 것이다」라는 점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오늘날 운송업에서는 물자관리는 페드엑스(FedEx)와 UPS와 같은 패키지 택배업체들이 개척한 레버리지의 핵심이다. 즉, 훨씬 규모가 큰 화물을 운반하는 업체는 일용품 가격 시장에 발목이 잡혀 있다. 소매업계에서는 데이터베이스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들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언제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생산해서 배달하는 데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신속하고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모든 비즈니스 트랜잭션의 정보 구성은 지배적은 아니라 할지라도 엄청난 것이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그러한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트랜잭션 비용이 줄어들수록 참여자들 사이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간단히 말해 전통적 기획이 큰 변화의 시대에는 효력을 발생하지 못한다.

 헨리 민츠버그는 1994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전략기획의 흥망성쇠(The Rise and Fall of Strategic Planning)」에서 『일반적으로 전통적 전략 기획의 잘못된 주장 가운데 하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현재의 풍토적 조건들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기술했다. 그는 문제의 하나는 기술혁신과 같은 「불연속적인 것들(discontinuities)」 때문에 예측은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파괴의 법칙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연속성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의 주요한 특징이다.

 글로벌 컴퓨팅 네트워크, 저가의 고속 데이터 전송 및 저장, 그리고 새로운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에서의 혁명과 같은 현재의 일단의 킬러앱들은 모든 산업의 정보 구성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것의 영향은 쉽게 예측하기도 또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 어떤 경우든 전통적인 기획방법론으로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