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일반적인 견해지요. 업종에 따라서는 송혜련씨 말처럼 오랜 경륜이 필요한 사업도 있겠지요. 그러나 시각을 다투는 첨단 산업인 컴퓨터 업계는 꾸물거리고 경륜을 쌓으려고 들면 때가 늦어요.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어요. 컴퓨터 천재가 나 혼자만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알아 들었다는 듯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들었다기보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빨리 긍정해버린 듯했다. 송혜련과 헤어진 후에 나는 한국통신기술연구소에 있는 한성우를 만나러 갔다. 통신연구원이었던 한성우는 내가 군에 있을 때 일 때문에 여러 번 만났었다. 그는 책을 사려는 나를 도와주려고 가정교사 자리를 마련해 준 일이 있는데, 그를 만날 때마다 용희의 어머니 홍 박사의 일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풍만한 육체를 가지고 이상한 포즈로 유혹을 하던 일이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그때를 연상하면 괜히 부끄러워지면서 약간 흥분이 되는 것이다.
연구실 한쪽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한성우는 입을 열었다.
『창업을 하겠다고요? 글쎄, 무엇을 개발할지는 모르지만, 충분한 자본이 없이 경쟁이 될까요? 통신 분야요?』
『공장 자동화 분야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통신 체계도 관련이 있지요. 앞으로 십년 이내로 컴퓨터는 대중화될 것으로 믿습니다. 가격이 싸지면서 성능도 향상될 것이고, 보급이 많아지면 대중화되겠지요. 그러나 저는 지금 팔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할 것입니다. 개인이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의 보급은 현재로는 한계가 있어요.』
『공장 자동화 제어 시스템은 일부 개발되어 활용이 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차별화 하려고 하지요?』
『지금 미국이나 일본에서 사용되는 것은 로봇을 이용한 제조기계 자동 시스템과, 또 다른 한 가지는 통신 제어 장치를 활용한 프로그램 제어 시스템입니다. 하나는 하드웨어적인 요소가 강하고 다른 하나는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궁극에 가서는 모두 소프트웨어적인 프로그램에 의해서 제어되고 있지만 말입니다.』
『대단히 어려울 텐데, 몇 명이나 데리고 할 것입니까?』
『두세 명 정도인데 제가 찾아뵈온 것은 통신분야의 젊은 엔지니어를 한 명 추천받기 위해서죠.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는 담배를 피우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군대 가서 담배를 배운 나도 그와 함께 담배를 피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