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사이버 증권 콘퍼런스> IT 혁명의 걸작 "클릭 거래"

 「사이버증권 시장은 인터넷비즈니스라는 정보기술(IT) 혁명이 만들어낸 유례없는 성공작이다.」

 불과 1년여 만에 이룩해낸 사이버증권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누구나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전열을 가다듬고 사이버증권을 둘러싼 현안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차세대 IT의 등장에 따른 금융업종의 새로운 경쟁전략은 무엇인지 대안을 제출해야 할 때다.

 이같은 취지에서 전자신문사는 한국증권업협회·은행연합회·한국선물협회·한국증권전산 공동 후원으로 15일 대한투자신탁 빌딩에서 「사이버증권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법·제도적 쟁점과 새로운 경쟁전략, 차세대 기술동향 등 사이버증권에 대한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는 최초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인터넷·PC통신을 통한 사이버증권거래 시장이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전체 주식유통 시장의 약 15%(6월 말 현재 추정치)를 거뜬히 소화해내는 사이버채널은 더이상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아니다. 치열한 고민과 실험으로 이제는 질적 도약을 모색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증권유통 시장에서 인터넷·PC통신 등 사이버채널은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막연한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하던 공간이었다. 과연 실시간 주문·조회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에 얼마나 호응할 수 있을 것인지, 예상되는 증권사 조직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의 실험은 사이버증권이 「되는 장사」임을 입증했고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기술(IT)이 가장 보수적이라는 금융업종마저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사이버증권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수단으로서의 IT가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자 생존전략임을 체험하게 했던 것이다.

 그동안 사이버 마케팅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확인한 증권사들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가장 절박한 과제는 종전 수수료 의존형 수익구조에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담합체제로 0.5% 수준의 수수료체계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5월 대형 증권사들의 전격적인 수수료 인하 이후 지금은 최고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심지어 골드뱅크 등 사이버 증권업 신규 진출을 추진중인 곳은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터넷은 증권사들을 더이상 위탁매매 수수료로는 버틸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증권사들이 틈새시장을 발굴해내고 특화된 영역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다른 업종과의 제휴를 통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무한경쟁을 뚫어나갈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증권거래에만 안주해서는 더이상 고객을 붙잡아둘 수도, 새로운 고객을 발굴할 수도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현재 은행 등 타 금융기관이나 통신·인터넷서비스업체(ISP) 등과 제휴, 정보의 양적·질적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사이버 증권업의 노하우를 축적해온 해외 전문업체들과의 협력도 이같은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곧 LG증권과 공동법인을 설립할 「E트레이드」 등 해외 전문업체들은 인터넷사업의 성공요건인 브랜드 파워를 지녔다는 점에서 향후 그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결국 사이버 증권업이 인터넷사업의 특성을 활용, 은행·보험·신용카드 등 타 금융업종의 서비스를 통합한 금융포털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통신서비스 업체와 손잡고 회선·시스템 임대와 아웃소싱 작업에 관심을 돌리는 것도 서비스 개선에 주력하는 최근 증권사들의 움직임이다.

 증권업이 촉발한 인터넷마케팅에 대한 관심은 이제 타 금융업종도 서둘러 전열을 가다듬도록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건국대 함유근 교수는 『인터넷은 전 금융업종에 걸쳐 시장중개화·글로벌화·고객중심화·융합화 등의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이미 IT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는 만큼 금융권도 이같은 추이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이달 들어 선보이기 시작한 은행권의 인터넷뱅킹이 주목거리다. 아직은 계좌 조회나 실시간 이체서비스를 웹상에서 제공하면서 대고객 편의제공과 비용절감이 당면 목표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터넷뱅킹의 이면에는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자동화된 의사결정과 거래지원 도구가 내재한다. 차별화된 고객관리와 상품 구성 다양화를 지원하는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이 숨어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기업간(B­B) 전자상거래(EC)의 결제 부문은 앞으로 인터넷 뱅킹이 소화해야 할 가장 큰 몫이다.

 3대 금융업종의 하나인 보험도 인터넷 물결을 외면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전통적인 대면 영업방식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보험 가입의 일회성으로 인한 거래 횟수의 제약때문에 증권·은행에 비해 다소 행보는 느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기관에서 실시한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보험의 보장내용·납부실적·보험설계 등에 대한 네티즌들의 정보욕구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의 파괴력은 덜할지라도 보험업종도 충분히 인터넷비즈니스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산업의 인터넷비즈니스화는 앞으로 IT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증권을 필두로 인터넷 금융비즈니스가 일단 막이 올랐지만 아직 이같은 대세를 수용할 만한 새 부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소비자보호 문제다. 당장 실물환경에서 적용되던 증권거래법 등이 전혀 차원이 다른 사이버공간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아무런 공식적인 해석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 발행시장의 경우 이미 나름대로의 기준을 마련, 인터넷의 각종 정보채널을 통해 자행되는 각종 시세조작 행위 등을 적발해내고 있는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생소하기만 할 뿐이다. 법·제도뿐만 아니라 각 금융기관들이 시스템의 안정성·보안성을 어느 정도까지 구현했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투자자들의 직접적인 피해와 엄청난 금융범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현행 금융 관련 법·제도가 여전히 산업사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EC 시대를 준비하는 금융기관들의 대응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당장 사이버 증권거래만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온라인상의 계좌개설이나 타 금융기관간 입출금과 계좌이체 등에 대한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추세인 업종별 취급상품의 규제 완화 움직임도 국내에서는 아직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7월부터 전자거래법과 전자서명법이 발효됐지만 금융관련 제도가 함께 정비되지 않는 한 금융업의 EC는 요원한 과제일 뿐입니다. 미국이 향후 글로벌 EC 환경에서도 「팍스아메리카나」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은 벌써부터 사이버공간에서 적용될 「사이버헌법」을 제정중이기 때문입니다.』 시대적인 흐름을 읽지 못하면서 여전히 관치금융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정책당국을 향해 던지는 한 증권사 임원의 항변은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