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이버증권시장에도 인터넷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사이버증권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속도와 비교할 때 정책당국의 대응은 다소 느린 것이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사이버영업 등 위탁매매 전문증권회사의 설립 자본금을 당초 100억원에서 30억원 수준으로 낮춘 것 외에는 특별한 법적조치가 없는 실정이다. 시급히 논의돼야 할 과제들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업계와 당국의 견해는 어떠한지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인적 요건
아직 특별한 규정이 없으며 정책당국도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위탁매매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버증권거래회사라 할지라도 고객자산 보호와 증권업무의 관리 등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필수적인 콜센터 운영요원의 수 정도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사고 발생때 분쟁해결.배상
사이버증권거래시 시스템 용량이 부족해 접속과 주문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이에 따라 고객들의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 용량뿐만 아니라 보안상의 허점은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재산상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가 하면 이에 따른 법적 분쟁 등 사회적인 혼란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제도적인 해결책보다는 증권사와 고객 사이의 약정 등에 의해 자체적으로 해결하자는 수준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정부차원의 대책보다는 보험가입·손실준비금 등 자율적인 보완책을 강구하는 정도다.
실제로 미국 이트레이드 등 유명 사이버증권사의 경우 시스템 미비로 인해 그동안 수차례 고객 피해 배상 사례가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드물지만 일부 고객피해에 대해 증권사 자체적으로 해결한 적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일단 감독기관과 증권사 자체적인 투자자 교육을 통해 사이버증권거래의 위험성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참고로 미국 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5월 △투자자에게는 투자에 대한 책임 △증권사에게는 투자자보호 요구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온라인거래의 위험과 수익을 공식 경고한 바 있다.
부수업무
지금까지는 증권거래법 시행규칙 제13조 2항에 열거돼 있는 분야에 한해 증권사들이 부수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으나, 전산용역과 광고·정보서비스업 등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은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위탁매매 전문증권사의 전산용역·리스나 기타 부가사업을 허용했다.
사이버증권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위탁매매증권사의 경우 초기 대규모 투자부담이 예상될 뿐더러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인한 수익감소를 보충할만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에서도 사이버증권거래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광고·정보서비스 등 부가사업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이버 전문증권사로 신규 진출을 준비중인 골드뱅크 등이 위탁매매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 대신 광고 등 부가수입으로 회사를 유지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업계와 감독당국의 공통된 견해다.
증권자회사 신규설립
현재로서는 국내 증권회사는 자회사 형태로 또 다른 증권회사를 신규설립할 수 없다.
몇몇 증권사들이 사이버증권거래 전문회사를 설립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결국 이 규정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금감원 등 감독당국도 증권시장의 과당경쟁을 우려, 극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사이버증권회사 설립에 한해서는 기존 국내 증권사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다.
영업전략에 적합한 사업모델의 증권자회사들을 운영하는 가운데 증권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국 증권사나 일반 법인, 타업종의 금융기관 등은 출자자요건만 갖추면 증권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역차별적」 요소가 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주장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실제로 증권사들의 자회사 설립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계좌개설
사이버증권거래 고객이 증권사 지점을 직접 찾지 않더라도 온라인상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지난 7월 1일 전자서명법이 발효됨에 따라 전자문서도 종이문서와 똑같은 효력을 갖게 됐지만 아직 온라인 계좌개설은 불가능하다.
국내 금융거래의 실명제도 때문이다. 증권사 객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계좌를 열 수 있는 방법은 고객이 계좌은행에서 실명을 확인한 뒤 업무제휴를 맺고 있는 증권사에서 온라인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수밖에 없다.
이 역시 현재 전자서명법상의 공인인증기관(CA) 서비스가 결합돼야만 가능해 당분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수금
위탁매매 전문증권회사의 경우 예수금을 고객계좌 단위별로 매일 개장 전 증권계좌로 이체했다가 장 마감 후 은행으로 다시 재이체시킨다는 것이 현재 감독당국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위탁매매 전문증권사는 결제금·증거금 등을 제외하고는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럴 경우 단시간에 전산처리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시스템에 과부하를 줄 수 있는 등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견해다.
따라서 비록 위탁매매만을 전문으로 하더라도 예수금 총액별로 집계, 은행 등으로 이체하는 기존 증권사들의 예수금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해외에서도 위탁매매 전문증권사의 예수금 제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매통지
지금까지는 증권거래법 제32조 2항(매매거래 등의 통지)과 금융감독위원회 위탁매매업무에 관한 규정 제10조(매매거래 등의 통지), 제11조(월간 거래내용 등의 통지) 등에 의해 증권사의 매매통지 의무가 엄격히 규정돼 왔다.
이에 따르면 매매거래시 체결에 관한 내용을 즉시 고객에게 통지해야 하며, △월간 거래내용과 잔고현황을 다음달 20일까지 △반기 말 잔고현황을 해당 반기 종료 후 20일까지 각각 우편이나 고객의 요구에 의해 전자통신의 방법으로 알리도록 정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사이버증권거래 환경에서는 이같은 의무조항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꾸준히 주장해왔다.
고객이 직접 매매체결과 잔고현황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구현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제로는 매매체결 즉시 통지 업무는 이뤄지지 않는데다, 증권사로서는 우편발송 등으로 인해 업무부담과 과다한 비용손실이 초래되는 실정이었다.
이와 함께 고객수탁 전산주문표 출력 자료의 보관·관리에도 상당한 비용과 공간확보 등이 문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가 개선안으로 제시한 「고객이 계좌개설을 신청할 경우 매매통지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최근 금융감독원도 타당하다며 전향적으로 허용했다.
즉, 앞으로는 기간별 거래 내역을 우편이든 온라인 조회든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증권거래소 시스템 용량
올들어 증시의 폭발적인 활황으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용량이 적지 않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증권거래소 일일 매매체결한도인 100만건을 이미 초과한 상태며, 최근들어서는 시세정보가 수십분씩 지연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연종목의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마저 나타날 정도다.
여기에는 최근 학생층 등 소액투자자들이 증권거래소시장을 투자의 실전연습장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느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실시간 조회·주문이 생명인 사이버증권거래서비스의 장점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업계는 거래소 매매체결 시스템의 용량을 확충하는 것이 일단 필요하나, 주문건수를 자체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증권사간의 자율적 결정에 의해 위탁매매 건당 최저수수료를 적용한다든지 현재의 주문단위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업계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지만 정책당국은 아직 입장 정리를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해외에서도 사이버증권거래서비스를 제공중인 상당수 증권사들은 자체적인 트래픽 조절책을 시행중이다.
사이버광고
현재 TV·일간지·잡지 등 언론매체에 게재되는 증권상품 수익률이나 투자자 정보 등에 대한 광고는 사전에 증권업협회에 광고계획신고서를 제출한 뒤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인터넷 광고는 아무런 여과조치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인터넷의 특성상 불특정다수가 대상이어서 투자자들의 판단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인쇄매체와 마찬가지의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등에서도 SEC는 사후 심사를 통해 과장·허위 광고에 대한 위법사례를 적발하고 있다.
출자자 요건
현재로서는 사이버증권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출자자는 10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법인에 제한된다.
하지만 이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법인은 대기업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이버증권업의 심각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정책당국과 출자자요건의 대폭 완화를 요구하는 업계 사이에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대표적인 쟁점이다.
전문증권사 업무 범위
업계에서는 사이버 전문증권사라 할지라도 일반 위탁매매 취급상품에 수익증권·뮤추얼펀드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 위탁매매 전문증권사가 인수업무까지도 맡게 될 가능성이 있어 정책당국은 부정적이다.
인터넷 증권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발행시장도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감독당국인 SEC 등이 이미 발행시장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