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사이버 증권 콘퍼런스> 미국시장 동향

 세계의 부가 몰리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사이버 열풍이 무섭게 몰아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이버증권업체 찰스스왑의 시가 총액은 지난 7월 둘째주 기준으로 총 441억88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같은 시기 세계 최대 증권회사 메릴린치의 시가 총액인 283억4800만 달러에 비해 두배 가까운 수치다.

 또한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로 일컬어지는 주식광들의 증가도 눈부시다. 이들은 하루종일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초로 하루에도 수차례 주식을 사고 판다.

 찰스스왑의 고속 성장과 데이 트레이더의 급증은 사이버증권 시장의 확대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올해 미국에서 사이버증권 거래 비율은 40%에 육박, 지난해 17%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02년에는 증권투자가의 절반정도가 인터넷을 통해 증권거래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루 평균 거래 건수는 지난 97년 9만6200건이었으나 지난해 12월에 이르러서는 33만6736건을 기록했고 고객 계좌수도 97년 370만 계좌에서 98년에는 730만 계좌로 늘어나 97.3%의 증가율을 보였다.

 사이버증권의 이같은 성장은 곧바로 업체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1·4분기 중 사이버증권 업체의 주가는 스왑이 410%, 이트레이드가 334%, 아메리트레이드가 101% 등으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에서 사이버 증권거래가 급증하게 된 배경에는 저렴한 수수료와 용이한 주식매매를 들 수 있다. 사이버증권 거래 상위 10개사의 평균 수수료는 지난 97년에 15.95 달러에서 최근 들어 12 달러로 낮춰지고 있고 내년부터는 10 달러 이하로 더욱 저렴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사이버증권 시장이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메릴린치 등 기존 대형 증권사들도 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사이버증권 거래를 위한 전산 시설 및 네트워크망을 확충, 자사의 500만 고객들을 대상으로 각종 신종 금융 상품과 증시 상황·리서치 자료·투자 컨설팅 등의 사이버 증권 서비스를 올해말 중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릴린치는 그동안 막대한 증권거래 수수료 확보를 위해 사이버증권 시장 진출을 꺼려왔으나 최근 찰스 스왑·이트레이드 등 인터넷 증권사들이 저렴한 수수료로 증권시장을 잠식하자 이에 맞대응키로 전략을 급수정한 것이다.

 기존 대형 증권 업체들의 잇따른 시장참여로 경쟁 체제가 형성되자 전문 사이버 증권사들은 주식·채권·뮤추얼펀드·옵션 등 기존 상품과 더불어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 동안 가속화돼 왔던 수수료 인하 경쟁에서 탈피, 양적인 경쟁보다 고급 정보서비스 등 고객의 다양한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하는 방법으로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또 가입자 확보를 위해 포털서비스 등 인터넷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는 물론 무선통신 업체와 손잡고 이동전화 및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을 통한 증권거래 서비스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 나아가 몇몇 주요 사이버 증권사들은 자국내 투자자 확보에만 그치지 않고 해외시장의 개척에도 적극 나설 움직임이다.

 찰스스왑의 경우 화교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어판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이트레이드도 한국 및 일본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이같은 사이버 증권업체 간의 경쟁은 업체 간의 대대적인 인수&합병(M&A)을 불러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찰스스왑·이트레이드·워터하우스 등 10여개의 상위 사이버 증권사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 및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중소규모의 사이버 증권사를 대거 M&A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사이버 증권사들이 증권업계의 핵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않다는 게 해외 주요 증권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이트레이드와 아메리트레이드의 실례에서 볼 수 있듯이 거래량 폭증에 따른 시스템장애와 강력한 보안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로 꼽힌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