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11)

 『어쨌든 창업을 한다니 부럽습니다. 나는 기술이 있어도 창업을 할 생각은 못 하겠더군요.』

 한성우가 괜히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저는 컴퓨터 분야에 대해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일은 없지만, 그래도 육칠년이란 세월 동안 그 흐름은 알고 있습니다.』

 『선생은 잘 할 것이라고 믿으오. 텔렉스 교환장치를 개발해 낸 것을 보면 그런 믿음이 들어요. 경험이 많지 않다고 해도 문제는 센스지요. 비즈니스 감각이라고 할까. 한국의 베네통이 되시오.』

 그의 입에서 엉뚱하게 베네통이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통은 의류업계의 거부였는데, 그는 처음에 시골의 조그만 양복점 사환으로부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컴퓨터 회사에 들어갔을 때 사환이었는데, 그는 그것을 상기하고 위로하는 말이었다. 루치아노 베네통이 일하고 있을 때가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단색이나 어두운 색깔보다 밝은 색깔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베네통은 양복점에서 손님들의 취향을 파악했다. 그는 양복점 점원으로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집에서 가내수공업을 했는데, 여동생이 편물기로 스웨터를 짜고, 어머니가 소매나 깃에 다림질을 하고, 두 남동생이 잡일을 도와 완성한다. 그러면 베네통은 가게에서 퇴근한 후 이 옷을 가지고 팔러 다녔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소비자들은 원색 계통의 밝은 색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는 그것을 열심히 만들어 팔았다. 1958년에 베네통은 양복점을 그만 두고 23세의 나이에 독립적인 가게를 차렸다. 말하자면 벤처창업을 한 것이다. 그 후 「UNITED COLORS OF BENETTON」이라는 세계적인 업체가 되었다.

 『선생은 자본이 없다고 했는데, 아이디어만 있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요. 참고로 미국에 있는 손정의라는 사람 이야기를 해주지. 한국인으로 일본 교포인데, 미국 유학중이었지요. 그도 당신처럼 컴퓨터에 미친 사람인데 아이디어는 있는데 돈이 없단 말이야. 그래서 아이디어를 팔아 돈을 마련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그 아이디어란 자기가 앞으로 할 사업의 핵심이 아닌 것이라야 하지. 그는 전자번역기 시제품을 만들어 특허를 신청한 뒤 그것을 가지고 일본으로 가서 업체들을 물색했지요. 일본어를 입력하면 영어와 독일어로 변환된 음성이 흘러나오는 것인데 이 특허권을 샤프사에 팔았소. 손정의는 1억 엔이란 돈을 받게 되었고, 그것을 창업 자금으로 해서 재학 중이던 버클리대 인근에 「유니손 월드」를 창업했던 것이오. 사오년 전의 일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