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맞은 "팜톰PC" 시장, "기선잡기" 싸움 후끈

 음악이나 영상 자료는 물론 각종 정보검색 및 내비게이션 기능까지 갖춘 팜톱PC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고 있다. 특히 관련 업체들의 잇따른 신제품 출시로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PC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항상 옆에 끼고 사용하려는 요구가 높아지고 휴대폰 시장의 폭발적인 신장에 따라 무선통신 인프라 구축도 착착 진행돼 밖에서도 자유롭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같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휴대정보단말기용 운용체계(OS)인 「윈도CE」도 한몫 거들고 있다. 윈도CE의 기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OS 덕분에 기존에 보급된 PC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팜톱PC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컴팩컴퓨터의 「프리자리오 213」, 카시오계산기의 「카시오페아」 시리즈 등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잇따라 등장하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윈도CE」가 아닌 다른 OS를 탑재한 신제품도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시장점유율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를테면 샤프의 「자우르스 아이겟티」와 「자우르스 아이쿠르즈」, 일본IBM의 「워크패드」, 세이코엡슨의 「로캐티오」 등이 있다.

 이중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세이코엡슨의 로캐티오와 카시오의 「카시오페아 E500」이다. 로캐티오는 팜톱PC로는 처음으로 위치측정시스템(GPS) 기능을 탑재했고 「카시오페아 E500」은 MP3를 비롯한 AV기능을 탑재했다.

 두 제품은 지금까지 시장에 선보인 제품과는 달리 팜톱PC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세이코엡슨과 카시오는 들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는 팜톱PC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금까지 등장한 팜톱PC의 개념을 살짝 바꿔 사용자들이 좀더 친숙하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어쨌거나 이 두 업체의 출발은 예상한 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이코엡슨이 이번에 선보인 로캐티오는 가로 79㎜, 세로 171㎜, 두께 32㎜의 크기에 배터리를 포함한 무게는 290g이다. 기존 팜톱PC에 비해 약간 크지만 개인정보관리, 스케줄관리, 세계 시각, 전자계산기 기능은 물론 디지털카메라나 PC 등과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장착했고 나아가 간이휴대전화(PHS) 등과 연결할 경우 통신도 가능하다.

 로캐티오가 기존 팜톱PC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GPS 기능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GPS기능을 장착했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한 후 다른 쪽으로 응용의 폭을 넓혀 나간다는 세이코엡슨의 의도가 있다.

 또 카시오는 지난해 말 「윈도CE」를 기본 탑재한 팜톱PC인 「카시오페아 E55」를 선보이며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이 제품은 흑백 액정화면에 지금까지의 팜톱PC기능을 넣은 종전의 전자수첩 수준에 머무른 제품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카시오는 올초 컬러액정에 AV기능을 갖춘 「카시오페아 E500」을 새로 선보이며 기존에 없던 팜톱PC로서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카시오가 MP3를 이 제품에 채택한 것은 멀티미디어를 실현하고자 한 기본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시오페아 E500」에는 통신기능도 있어 케이블로 휴대폰을 연결하면 무선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후발업체들이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 공세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선구자격인 샤프도 제품을 다양화하는 한편 소프트웨어면에서 세심하게 배려하는 등 수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3년 자우르스를 현재의 팜톱PC 개념으로 처음 선보인 이후 누계대수로 약 170만대를 공급한 실적이 있는 샤프지만 첨단 기능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해 오는 후발업체와의 간격을 두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지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샤프는 30, 40대 비즈니스맨에 편중되어 있던 수요층을 좀더 젊은층이나 여성층으로 넓힌다는 차원에서 최근 「자우르스 아이겟티」를 선보였다. 이 제품의 특징은 기능을 기본적인 것만으로 함축시키고 가격대를 대폭 낮춘 점이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자우르스 중 가장 싼 제품이 6만엔 가량인데 비해 「자우르스 아이겟티」는 실제 판매가격이 3만엔 정도라는 점이다. 또 「자우르스 아이겟티」를 선보이고 난 다음달에는 고급기종으로 「자우르스 아이쿠르즈」를 선보여 후발업체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 78년 샤프의 「전자수첩」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진화를 거듭해 온 팜톱PC. 최근 신규 업체들의 잇따른 시장진출에 맞서 샤프 등과 같은 기존 업체도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수성에 나서는 등 첨단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본격적인 보급기에 들어서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