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TV 조기방영

 정부가 디지털TV 방송을 조기에 실시키로 한 것은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고 미래의 핵심 고부가산업인 방송과 영상산업의 기틀을 새로 마련하는 등 관련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사회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효과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디지털TV 방송의 도입으로 2010년까지 약 200조원에 달하는 생산기반 확충효과와 1540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효과 및 9만명에 달하는 신규고용 창출효과가 기대되며 특히 국내 전자산업의 구조개편을 통한 재도약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오는 2002년 월드컵 중계를 위성 HDTV로 송출하기로 한·일간에 이미 합의한데다 세계 각국이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디지털 방송의 실시시기를 더 이상 늦출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선 미리 철저하게 다지고 정리해두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선결해야 할 것은 재원확보 문제다.

 그동안 방송개혁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수렴 과정에서도 재원확보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제기된 바 있지만 오는 2005년까지 전국적인 디지털 방송망을 갖추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1조5885억원, 여기에 2010년까지 난시청지역의 방송망을 갖추려면 총 2조643억원이 소요될 전망인데 이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차질없이 조달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다.

 정부에서도 이 점을 감안, 디지털 방송에 소요되는 재원은 방송사가 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경제위기 이후 어려워진 방송사의 경영여건을 감안해 2001년까지는 시설비용의 일부를 방송사 주관으로 JEXIM 차관 및 체신금융을 통해 조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소요자금은 표준화질(SD)TV 방송을 염두에 두고 추산된 것이지만 만일 세계적인 추세인 고선명(HD)TV 방송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5조원 이상의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것이란 게 관계기관의 전망이다. 또 이 기간에 방송사의 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는 점도 걱정이다.

 방송사 측은 그나마도 공적기여금·방송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수입이 빠져나가면 실제 디지털 방송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별로 없다는 하소연이다. 따라서 이같은 재정 형편을 감안해 방송발전기금, 관세 및 세제 감면, 재정 특별융자 등 다각적인 지원책이 동시에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에 대한 이같은 지원책 강구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의 디지털화 계획에도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형평성 문제의 제기나,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들에 디지털 방송용 주파수를 별도의 경매절차 없이 허가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는 등의 주장도 만만치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계획 수립시 기존 방송사업자들의 기득권을 얼마나 보장해 줄 것인가 하는 것과, 지상파 디지털 방송사업자 구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방송 도입 초기에는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사업자 구도가 불가피하겠지만 향후 디지털 위성방송사업자의 허가도 국내 방송사업자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이와 함께 앞으로 디지털 방송이 도입되면 가용 채널수가 수백개로 늘어날 전망인데 지상파 방송과 다채널 매체인 위성 및 케이블TV와의 위상은 어떤 방식으로 정립해 나갈 것인지,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구도를 HDTV 위주(고화질 전략)로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SDTV 위주(다채널 전략)로 할 것인지, 또 디지털 방송의 표준화 규격은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이밖에도 시험방송 형태로 위성방송을 송출중인 KBS 등의 채널을 별도로 위성방송사업자 허가를 내줄 것인지 아니면 단일 컨소시엄에 위성PP로 참여토록 할 것인지 등도 관심의 대상이다.

 디지털TV 방송의 차질없는 시행을 위해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