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라이벌 노벨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디렉터리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다시 맞붙었다.
디렉터리SW는 네트워크 트래픽 분석 및 전사적자원관리(ERP)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확대해 기업내 네트워크 총소유비용을 절감시켜 주기 때문에 최근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디렉터리SW는 다양한 네트워크 관련SW와 연관돼 있어 이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는 네트워크운용체계(NOS)·보안·데이터베이스 등의 부분에서도 자사 제품을 전략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진다.
노벨은 현재 디렉터리SW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노벨이 90년대 초 발표한 디렉터리SW 「노벨 디렉터리 서비스(NDS)」는 당시 SW시장에서 MS에 대파당한 노벨에게 부활의 노래를 불게 해준 효자 상품이다.
NDS는 최근 기업들의 네트워크 활용이 급증하면서 폭발적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함께 노벨의 다각적인 마케팅 전략도 NDS시장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노벨은 최근 들어 자사 NOS인 「네트웨어」에서만 활용됐던 NDS 지원을 확대, 윈도NT·유닉스 등으로 활용폭을 넓히고 있다.
노벨이 지난해 발표한 리눅스용 NDS도 올해 들어 리눅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디렉터리SW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노벨은 리눅스 업체 칼데라 시스템에 대대적으로 투자, 앞으로도 다양한 리눅스 환경에서 NDS를 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디렉터리SW는 네트워크 장비의 효율적인 관리를 지원하기 때문에 최근 들어 네트워크업체들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노벨은 이를 놓치지 않고 주요 네트워크업체와 전략적으로 제휴, 디렉터리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벨은 NDS를 루슨트의 라우팅 스위치 「케이준 P550」에 탑재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루슨트와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다음달에도 노벨은 노텔 네트웍스의 주요 네트워크 장비와 SW에 NDS를 통합하는 한편 NDS 활용을 위한 양사간의 기술 협력에 합의했다.
노벨의 무한한 사업 확장은 MS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시스코에 강한 불안감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시스코는 MS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유지키 위해 노벨의 네트워크SW를 지원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MS의 디렉터리 SW를 통해 자사 네트워크에 디렉터리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이 속속 노벨의 NDS 탑재를 발표함에 따라 결국 시스코도 지난해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컴덱스에서 NDS를 시스코 장비에 부분적으로 탑재키로 결정했다.
노벨은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여세를 몰아 최근 IBM과 함께 디렉터리 표준을 위해 업계 컨소시엄 「디렉터리 상호운용 포럼」을 설립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시스코·선·넷스케이프·오라클 등 주요 정보기술(IT)업체가 가입했지만 IT업계의 마당발인 MS는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렉터리SW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MS가 노벨에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 이 컨소시엄을 거부했다고 분석했다.
아직 디렉터리SW제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MS는 노벨의 디렉터리SW시장 잠식을 지켜보고만 있는 상태다. 하지만 MS는 올 하반기에 윈도2000과 함께 출시되는 자사 디렉터리SW 「액티브 디렉터리」를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이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MS는 윈도2000과 액티브 디렉터리와의 호환성이 강화됐다는 점을 부각시켜 노벨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한편 네트워크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한 시스코와의 연대로 노벨과 루슨트·노텔 등 주요 네트워크업체에 맞대응한다는 전략이다.
MS는 후발 제품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될 경우 자사 제품이 노벨의 NDS에 못지 않은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MS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시스코는 자사 사이트에 MS의 액티브 디렉터리와 관련된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지만 내심 정식버전이 발표도 되지 않은 액티브 디렉터리만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NDS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시스코가 노벨이 결성한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노벨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노벨은 자사의 NDS도 윈도2000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이에 따른 기술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노벨은 안정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액티브 디렉터리는 NDS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과거 워드프로세서와 NOS시장에서 MS에 처참하게 참패당한 노벨이 디렉터리SW 시장에서 부활의 노래를 부를 것인지 아니면 MS가 화려하게 복귀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