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인터넷 불평등" 교훈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내 지역간·계층간 인터넷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는 매우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컴퓨터 보급률과 인터넷 사용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층간·지역간 인터넷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산업사회의 빈부격차를 고스란히 재현해 정보시대의 정보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인구통계국에서 98년 말을 기준으로 조사한 각종 통계자료에 근거해 정보사회로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 이 보고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앞선 디지털 경제체제를 갖추고 있는 미국의 현황과 문제점이 담겨 있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 중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은 정보화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정보화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계층간·지역간 정보격차 현상은 오히려 더욱 확대됐다는 점이다.

 연평균 소득이 7만5000달러 이상인 가정은 이보다 낮은 소득계층의 가정보다 인터넷 사용비율이 20배나 높고 컴퓨터 보유비율은 9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비록 동일한 소득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계층이라도 거주지역에 따라 정보격차가 존재한다는 이색적 분석도 뒤따른다. 예컨대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도시에 거주하는 가정은 시골지역 가정에 비해 인터넷 사용률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인종간 정보격차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전반적으로는 백인가정의 인터넷 사용 정도가 흑인이나 중남미계인 히스패닉보다 월등히 높다. 심지어 흑인과 히스패닉은 인터넷 사용률이 아시아계의 3분의 1에 불과했고 백인의 5분의 2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이같은 인종간·계층간 정보격차가 계속 확대된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조사를 했던 지난 94년에 비해 백인과 흑인 및 히스패닉 간의 인터넷 사용격차는 6% 이상 확대됐고 학력 및 소득 수준간 격차는 이보다 더욱 크게 벌어져 학력의 경우 고학력자와 저학력자의 격차가 97년과 98년 1년 만에 25% 증가했으며 소득수준에 따라서는 29%까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미국 상무부는 디지털경제 정보시대에 새로운 소외계층이 생겨나고 이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해소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인터넷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운용하는 나라다. 그런 미국이 이처럼 새로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그에 비해 정보화가 한참 뒤처진 우리의 현실은 더욱 어둡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유엔개발기구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인터넷이 전세계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동일한 유기체로 엮어내는 등 경제발전에 공헌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보화 제3세계」로 불리는 소외국가와 계층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정보화 제3세계로 분류되는지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요구되지만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현 정부도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쓰는 나라」를 정책 비전으로 삼고 「사이버코리아 21」 프로젝트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어딘지 정보통신부 혼자 뛰는 것으로 비춰진다.

 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예산의 지원이다. 정통부의 거창한 프로젝트도 정부 예산 관련부처의 협조가 우선돼야 하고 이를 법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국회의 심의 통과 없이는 구두선에 불과하다.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당리당략에 얽매인 국회는 심지어 민생관련 입법조차 외면하고 있으니 21세기 정보시대를 대비하는 법·제도 정비는 아예 안중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실현 가능한 치밀한 정보화 대책과 이에 귀기울이는 국회의 대오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