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로에 선 정부조달 EDI 사업 (상);현황

 국가 전자상거래(EC) 활성화의 획기적인 발전 계기를 마련하고 정부 조달부문의 투명성·효율성을 확보함으로써 전자정부 조기 실현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부조달 전자문서교환(EDI)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수요기관·조달업체들의 저조한 이용률을 끌어올릴 만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대로 좌초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조달EDI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해결책을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해본다.

<편집자>

 ◇조달EDI사업이란=정부기관 및 공기업 등이 조달청을 통해 발주하는 조달물량을 EDI 방식으로 처리하자는 것. 당초 조달청이 계획을 입안할 당시인 96년에는 주로 부가가치통신망(VAN)을 통한 EDI 방식을 염두에 두었으나 차츰 인터넷이 보편적인 네트워크로 부상하면서 지금은 인터넷·웹 EDI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중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범정부 차원의 EC환경을 구축하고자 하는 원대한 구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조달청은 지난 97년 3월부터 지금까지 총 50억원 가량의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받아 EDI시스템 개발 및 보급을 추진해왔다. 지난해초부터 시작된 EDI서비스는 내자 단가계약 및 일부 시설업무가 대상이었다. 이 때 1차로 개발된 전자문서는 조달요청서·분할납품요구 및 통지서·입찰보증금면제각서·입찰서·보증금수납통보서·계약변경요청서·장기공사계약요청서 등 7종 9개 문서. 올해는 9월까지 추가 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내자 조달업무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의미=조달부문의 전자거래는 한마디로 「작지만 효율적인」 전자정부 구현의 요체다. 조달청 구자현 정보관리과장은 『조달청이 각급 행정부처나 지방자치단체·교육기관·공기업 등 수요기관들로부터 요청받아 한해동안 처리하는 조달문서만 해도 500만건에 육박한다』면서 『이처럼 엄청난 양의 종이문서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경우 예상되는 효과는 국가단위의 경쟁력 향상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전자정부분과 정책자문위원장인 고려대 안문석 교수도 『종이없는 전자거래환경 구축으로 행정정보화를 촉진시키는 것은 물론 가격절감·납기단축·재고관리 등 조달업무 전반의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정보화 전략』이라고 조달 EDI사업의 의미를 평가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공무원과 조달업체 간의 고질적인 납품비리 근절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산업측면에서는 정부 대 기업간(G­B) EC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한국전산원 송관호 단장은 『정부가 먼저 나서서 EC환경을 유도함으로써 아직도 구태의연한 업무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민간업체들의 정보화를 유도해낼 수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현황=현재 조달EDI서비스를 제공받는 수요기관은 전체 2만6200개의 2.9%인 766개 기관, 조달업체는 전체 2만5300개 가운데 0.7% 수준인 173개 업체에 그친다. 1차로 개발된 전자문서도 실제로 사용되는 문서는 분할납품요구 및 통지서로 사실상 한 종류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 9월까지 개발돼야 할 15종의 추가 문서도 수요기관 대상의 EDI서비스를 제공할 전산원만이 겨우 해결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는 2001년부터 전체 수요기관과 조달업체, 내자·외자·비축·시설 등 전 업무영역을 대상으로 전자거래서비스를 확산시키겠다는 조달청의 계획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3년의 준비기간 중 절반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턱없이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