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통신사업 구조조정 "이상기류?"

 한국전력의 정보통신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통신사업자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특히 신임 최수병 사장 취임 이후 한국전력 통신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온갖 루머가 난무하는 데다 정부 차원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한전의 통신사업 구조조정 방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통신사업자 출자지분과 네트워크 두 부문으로 나뉜 한국전력의 통신사업 구조조정은 어떠한 방향으로 결론나든 통신시장 구조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관련업계는 『한국전력 통신사업 구조조정방향은 결국 누가 한국통신의 뒤를 잇는 종합통신사업자로 자리잡을 수 있는가를 가늠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이러한 평가를 받는 한국전력의 정보통신사업 구조조정은 최근에 당초의 강력한 구조조정방향에서 한발 후퇴하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먼저 하나로통신 등에 대한 출자지분 매각 지연이다. 장부가격 1200억원에 달하는 통신사업자 출자지분 매각은 연초만 해도 주간증권사를 통해 발빠른 진전을 보이는 듯했으나 계속 지연돼왔고 최근에는 하나로통신에의 3차증자 참여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에 대해 통신사업자들의 반응은 「한국전력 통신사업 구조조정이 원점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것으로 요약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출자지분을 99년 말까지 정리한다」는 기획예산위(현 기획예산처)의 방침에서 변한 게 없다』며 『단지 자산가치 유지 차원에서 하나로통신의 증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이슈는 한국전력 정보통신사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네트워크 부문에서 줄곧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 정보통신사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기획예산처는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전력의 네트워크부문 구조조정방향을 협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관계부처 의견참조를 위한 것이란 기획예산처의 설명과 함께 시작한 이날 회의에서 『케이블TV전송망을 분리매각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특정업체에 망을 매각할 경우 특혜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는 한국전력의 주장에 산자부와 문화관광부가 다소 호응을 해줬고 정보통신부가 기존 구조조정 원칙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전력뿐만 아니라 각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독려해 왔던 기획예산처가 별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았는 데도 이같은 회의를 왜 개최했느냐다. 이날 회의가 알려지면서 각 통신사업자들은 「기획예산처의 의도」를 탐문하는 데 바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통신사업자들은 『신임 최수병 사장 취임 이후 「한국전력이 별도의 통신망 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소문이 항간에 무성했다』며 『기획예산처의 관계부처 회의소집이 이와 밀접히 연관돼 있지 않느냐』고까지 추측하고 있다.

 항간에 떠돌고 있는 「한국전력의 네트워크부문 독립법인화」설은 한국전력이 네트워크부문을 100% 현물출자하고 이에 한국전력 네트워크와 관계된 통신사업자 및 케이블TV사업자들이 지분을 참여하는 것으로 요약되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한때 이같은 소문이 나돌았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한국전력 내부에서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발 빼며 『네트워크부문 구조조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획예산처의 입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한국전력 네트워크부문의 독립법인화설이 현실화할 경우 그 파급효과다. 한국전력이나 기획예산처의 입장에서 볼 때 이같은 안은 가능성있는 구조조정방향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지만 통신서비스시장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통신사업자들의 주장이다.

 한국통신은 『한국전력에서 회계만 분리된다면 문제가 없다』면서도 『하나로통신에 이은 제3가입자망 사업자가 출연하는 데 대한 정책적 고려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 통신사업자들은 『그같은 회사가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라고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고 또다른 사업자들은 『가입자망의 중복투자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통신사업자의 한 관계자는 『한국전력의 네트워크는 종합통신망사업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주요통신사업자들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며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통신사업자들의 최대관심은 한전의 네트워크 매각 유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