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에, 나는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오. 헤쳐 가야 할 여정에는 도움을 주는 일보다 방해가 되는 일이 더 많을 수도 있지요. 특히 법률이라는 거 말이오. 내가 법대에서 법률 공부를 했지만, 그것처럼 기득권자를 위하고, 있는 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이 세상에 더 없을 거요. 벤처창업을 가로막는 것 중에 법률이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되오.』
그가 역설적으로 말했다. 나는 관련법을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벤처기업이 어떤 것인지 아시오? 첨단산업에 관련된 몇 개 조항에 들어맞아야 벤처기업이라는 포지티브 방식이 창업의 자유로운 의지를 방해하고 있어요. 더구나 관련법도 세워놓고 있지 못한 입장이니 말하면 무엇하오. 다만 중소기업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이것도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보다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요. 아무리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력이라고 해도 지원을 못 받는 형편이니 말이오. 그리고 선생처럼 돈이 없는 경우 제도화된 관행 때문에 담보를 설정하지 않는 한 대출을 해주지 않지.』
『난 대출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공 선생은 무엇인가 불만에 가득차 있었고, 그것을 나에게 퍼부어 댔다. 그는 나의 창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 말이지만 나는 오히려 기세가 꺾이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던져진 주사위가 아니던가.
술에 더 취하기 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 선생과 헤어진 나는 하숙집으로 돌아가서 앞으로의 일에 대한 계획을 생각했다.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그때 했던 메모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원시적인 일이었지만 나름대로 폭넓게 생각한 계획서였다. 나는 계획을 세울 때 그것을 두 가지 방향에서 검토했다. 하나는, 만약 은행이나 어느 개인이 창업에 투자를 하기 위해 계획서를 내라고 하면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 하는 제출용과 또 다른 한 가지는 나 자신에게 묻는 질문서였다. 내가 나 자신에게 이런 것을 할 수 있는가 묻는 물음이다. 투자가에게 제출하는 것이 약간 과장된 것일 수가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현실적이었고, 나 자신에게 묻는 사업계획서가 약간 환상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 자신은 자신의 만용이 용납될 수 있지만, 은행이나 투자가에게는 객관성이 중요했으며, 모든 것이 투명해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