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16)

 내가 처음 했던 일은 가게를 얻는 일이었다. 나는 처음에 사업자 등록을 한다거나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규모도 아니었고, 자금이 빈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을 할 수 있는 사업장, 즉, 가게는 있어야 했다. 어머니가 약간의 돈을 지원해 주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어서 가게 얻는 데 소진할 수는 없어 보증금도 필요없는 월세를 얻기로 했다. 그것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을 함께 쓰기로 했다.

 먼저 생각난 사람이 고향인 목포 유달산 자락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방태산이었다. 그는 나보다 다섯 살 위였지만 개구쟁이였기 때문에 친구처럼 지냈다. 골목에서 장난을 할 때면 나는 그의 참모 역할을 했고, 그는 대장이었다. 그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는데, 그는 항상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가슴의 단추를 한두 개 풀어놓았다. 그를 연상하면 항상 그렇게 풀어진 모습이었다. 그런데 오래간 만에 그의 소식을 들은 것이다. 두어달 전에 내가 회사에 있는데 낯선 청년 한 명이 책의 사진이 있는 팸플릿을 들고 방문했다. 그는 명함 한 장을 보이면서 나에게 말했다.

 『저기 우리 사장님이 찾아가 보라고 해서 왔는데요. 전화 받으셨지요?』

 명함을 보니까 「한양교양서적총판공사」라고 거창한 상호 아래에 사장 방태산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태산이 형이 무슨 공사 사장이 되었단 말인가?』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나를 찾아온 청년에게 물었다.

 『이분은 잘 알지만 전화 받은 일은 없는데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전화 해 준다고 해놓고…. 아직 전화를 안 해 준 모양이군요. 나는 한양교양서적출판공사에 근무하는 외판원입니다. 이 책을 좀 보시고 사주셨으면 하고요.』

 결국 서적 외판원이 온 것이다. 그가 내미는 팸플릿을 보니 문학 전집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목록이 있었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한방 치료법, 아기 잘 낳는 법, 거기다가 「잠자리의 테크닉 서른여섯가지」라는 책도 있었다. 팸플릿에는 없지만 포르노도 있다고 귀띔하였다. 방태산이 하고 있는 사업의 성질을 알만 하였다. 나는 거절하고 책을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외판원이 나간 다음 명함에 있는 전화 번호로 방태산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서실이라고 하면서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