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EDI사업은 지난해말 청와대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중점 추진과제로 대통령에게 보고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재경부 국고국장을 반장으로, 정통부·건교부·국방부·공기업·VAN업체 등 조달EDI 사업주체들이 참여하는 「정부조달전자화 추진전담반」도 구성됐다. 그만큼 정책당국이 조달EDI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얘기지만 아직은 「시늉」에 그친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각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조달EDI 활성화 방안을 짚어본다.
◇범부처 차원의 강력한 추진주체=각계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 지난 95년 한국전산원에서 조달EDI사업 실무기획을 담당했던 SAP코리아 김은 이사는 『정부조달 전자거래는 모든 부처·기관·기업체 등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때만 가능하다』며 『지금처럼 특정 부처만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사실상 주인없는 사업이 돼 버린 상황에서는 진척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발족한 정부조달전자화 추진전담반도 실질적인 추진력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 익명을 요구한 모 부처 관계자는 『현재로선 조달청과 정통부 정도가 EDI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정부조달전자화 추진전담반도 상부 지시에 따라 지난 5월 발족됐지만 그 뒤 단 한차례의 공식적인 모임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조달EDI사업이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진행되려면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정책라인에서 상시 추진·점검 주체가 필요하다. 김 이사는 『조달EDI는 단순히 행정업무 정보화라는 수준의 일과성 사업이 아니다』면서 『국가 전체의 전자상거래(EC) 환경 구축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며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비전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제도 정비 선행=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조달을 전자거래방식으로 처리하도록 조기에 법제화하자는 것.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예산회계법」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등이 직접적인 정비대상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재규 교수는 『무역EDI나 물류EDI의 경우 법적으로 의무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성공적인 정착단계에 들어섰다』면서 『전자거래를 도입하지 않으면 참여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의무규정을 조기에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 함유근 교수는 『전자거래를 통해 물품을 거래할 경우 당사자인 공공기관과 조달업체들에 예산·세제지원 등 각종 혜택부여를 법률상에 명시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법제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조달 관련법의 주무부처인 재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조달EDI 확산을 위해 관련 법에 대한 세부검토를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혀 정책당국이 여전히 꿈쩍 않는 형국이다.
◇당장 가능한 업무부터=전문가들은 『정부조달 전자거래화가 효율적·경제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당장 적용가능한 조달 공통업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려대 안문석 교수는 『정부 조달업무의 창구를 일원화하고 인터넷으로 정부 부처의 입찰이나 품질검사 등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조달 전자거래 실적에 대한 평가지수 도입을 통해 확산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정보인프라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기술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재규 교수는 『지금의 추세를 고려할 때 인터넷·웹 EDI가 기술적 흐름이므로 정보화투자 예산을 일단 인터넷 환경 구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회선임대 등을 민간업체가 대행하도록 하면서 수수료를 지불하는 형태도 저렴한 비용에 전자거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VAN운영 지원 문제=조달EDI사업 주체인 민간 VAN사들의 영업지원도 중요한 과제. VAN사들은 최근 조달EDI사업과 관련한 회의를 갖고 『민간 VAN업체들에 직접 연계될 수 있는 정부조달 수요기관을 확대해 최소한의 시장 수요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다한 투자비 해소를 위해 기술지원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VAN업계는 『전산원이 2차 적용대상 전자문서의 핵심 소프트웨어(SW) 및 보안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기술이전 형태로 민간 VAN사들에 제공하면 초기 투자비용은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