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위성방송 송출

 북한이 지난달 초부터 태국의 통신위성을 임차해 아시아·유럽·호주·북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위성방송을 시작했다는 보도다.

 하루 6시간씩 한국어로 송출되고 있는 북한방송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북한 소식과 북한에서 제작한 드라마 및 다큐멘터리 등이 골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프로그램 내용이 김일성 부자의 개인숭배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체제 찬양으로 구성돼 있고, 채널로고의 부재 등 상품성 결여로 일반인이 시청하기엔 문제가 많다는 것이 관계기관의 분석이다.

 그러나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 있는 북한이 위성방송을 통해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호주·아프리카 일부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체제 선전을 시작했다는 점과, 이 방송이 현지인은 물론 우리 국민까지 북한 선전물에 그대로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 등은 결코 간과해선 안될 문제들이다.

 더욱이 북한의 위성방송이 파라볼라 안테나만 있으면 아시아는 물론 유럽 등 4대륙 어디에서나 수신이 가능하며 국내에서도 안테나만 갖추면 손쉽게 시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북미식(NTSC)·유럽식(PAL)·동구식(SECAM)방송을 모두 수신할 수 있는 멀티방식 TV를 국내에 들여올 경우 별도의 장비 없이 북한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국내에서도 북한의 정치선전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정부당국에서도 현재 북한 TV방송의 수신제한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점과, 실제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점 등으로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북한 위성방송 실시를 계기로 북한TV의 수신허용 여부를 포함,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국민에게 혼선만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크다. 전파기술의 발달로 북한방송이 국내 가정에 완전히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TV를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시청하는 사람만 규제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멀티TV에 의한 북한방송 수신 가능성 여부에 대한 판단도 시급하다.

 이 문제 역시 정통부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고 통일부·국정원 등 관련부처의 의견을 수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일이지만 이에 대한 판단기준은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

 이밖에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통합방송법의 조기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통합방송법의 표류로 국내 위성방송 사업을 준비중인 사업자들은 시작도 해보지 못한 채 위성방송사업팀을 해체하거나 위성방송 사업에서 철수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통합방송법 통과가 어려울 경우 위성방송 관련조항만을 분리해 한시법으로 가칭 「위성방송법」을 제정, 관련사업자들의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 주요 선진국들이 위성방송·인터넷 등을 통해 자국의 문화를 전파해 미래 지식기반사회를 선점하려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국내 대응이 미비하다는 것은 문제임에 틀림없다.

 다행이 북한의 위성방송보다 한발 앞서 아리랑TV가 아시아·오세아니아·유럽 등을 대상으로 해외 위성방송 시험방송을 시작한 바 있고 오는 12일 개국과 함께 정규방송을 시작할 예정으로 있지만 앞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나 프로그램 다양화 등 할일이 많다.

 세계는 지금 매스미디어의 무국경시대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 수신 가능한 외국 위성방송 채널수가 이미 300개를 넘어섰다. 외국 위성방송의 무차별적인 유입을 막는 것과 함께 우리 문화의 정체성 확립이 갈수록 시급하고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이번 북한의 위성방송 시행을 계기로 다시 한번 위성방송 실시에 필요한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