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청각·촉각 등 인간과 유사한 오감을 갖고 자신이 처한 환경을 파악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먼로봇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됐다는 소식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5년여 동안 연구에 매달려 휴먼로봇 1호인 「센토」 개발이란 개가를 올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휴먼로봇연구센터에 박수를 보낸다.
연구인력·연구비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취약한 여건을 극복하고 최첨단 기술의 복합체인 휴먼로봇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우리나라가 휴먼로봇을 개발한 것은 미국·일본에 이어 세번째지만 일본이 지난 90년 초 국가과제로 6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것에 비하면 무게가 가벼울 뿐 아니라 지능도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먼로봇은 인간의 사고 및 인지 과정을 이해하는 뇌과학으로부터 기계·전자·소재·정보통신·인공지능·가상현실 등 광범위한 분야의 기술이 결집된 첨단기술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관련 분야의 원천 요소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또 관련 연구원간 협동연구가 필수적이다. 그만큼 휴먼로봇 개발에 따른 다른 산업 분야로의 파급효과도 엄청나게 크다.
지금은 첨단 기술이 한 나라의 자존심 그 자체인 시대다. 반도체에서 국가의 명운을 건 한판승부를 벌이던 선진국들이 인간형 로봇 개발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이듯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휴먼로봇 시장 규모가 앞으로 반도체와 맞먹을 것으로 예상하고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의 「센토」와 비슷한 형태인 반인반마(半人半馬) 모습의 로봇은 물론 혼다사가 1000억원을 투입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인간형 로봇까지 개발했고 지난해부터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국가적으로 추가적인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도 MIT대에서 인간형 로봇을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지각·감성·인지 등 기초연구 분야는 상당히 앞서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센토」 개발은 우리나라가 이제 휴먼로봇에 대한 기초기술을 확보, 앞으로 로봇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센토」 개발팀은 이번 개발기술을 바탕으로 오는 2003년까지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움직일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5개년 계획으로 병원에서 환자를 돕거나 수술보조를 하며 장애인을 돕는 기능을 지닌 서비스 로봇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사실 우리나라 로봇 기술은 그간 산업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고 이제 산업용 로봇의 경우 완전히 자리잡은 단계다. 자동차·반도체 등 공정표준화가 이루어진 산업의 경우 로봇이 없으면 엄청난 생산차질이 빚어질 정도로 로봇의 대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간의 로봇 기술은 단순반복 작업이 가능하고 컴퓨터와 통신망에 연결된 전자적 로봇 개발에 초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현재는 촉각·시각 등의 감각기능을 갖춘 첨단 휴먼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로봇 축구대회 등이 개최되면서 컴퓨터게임에 도통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지능형 로봇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형 로봇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기술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재활공학연구센터에서는 인공다리를, 포항산업기술원에서는 센서에 전달되는 뇌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인공팔을, 서울대병원에서는 모터로 작동하는 인공심장을 각각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 국내에서도 인간형 로봇 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간형 로봇 개발은 기술과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려운 분야다. 「600만불의 사나이」란 공상과학 영화처럼 인간형 로봇 개발에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또 로봇이 인간처럼 높은 지능을 지니고 판단하려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뇌과학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개발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기대효과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인간형 로봇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비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뇌과학 기술 개발을 비롯한 인간형 로봇 개발에 필요한 법·제도를 정비하는 등 환경조성에도 나서야 한다. KIST 연구진들이 5년여에 걸쳐 개발한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센토」가 행여 사장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세계 로봇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로봇 선진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