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21)

 어머니가 돈을 부쳐 왔다. 어머니는 나에게 에인절(개인 투자가)이었다. 아주 적은 자본이지만, 맨주먹으로 시작할 각오를 했던 나에게는 큰 자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혼자 아르바이트 하듯이 시작하려고 했던 것을 변경해서 두 명의 기술자들을 고용해서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 착수하였다. 나는 고향의 선배와 함께 쓰는 사무실에 나름대로 집기를 마련했다. 책상과 의자는 중고시장에 가서 샀으며, 컴퓨터 역시 청계천 세운상가에 가서 중고 부속품을 구입해서 조립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주 싼 가격으로 컴퓨터 두 대를 추가시켰다. 사무실 한쪽을 막기 위해서 합판을 사다가 직접 칸막이를 했다. 각목으로 기둥을 세우고 합판을 대서 칸막이를 설치했다. 목수를 부를 필요가 없이 내가 직접 하였다. 지켜보고 있던 방태산이 도와주었고, 전화만 오면 『비서실입니다』라고 하는 여직원조차 합판을 붙들어 주었다. 그녀는 몸집이 가냘프고 허약해 보였으나 무게가 나가는 합판을 번쩍 들어올리는 것이 나보다 기운이 더 세어 보였다. 어디선지 전화가 오자 그녀가 받았다. 나를 찾는 전화였다. 통신연구소 한성우에게서 온 전화였다.

 『최 선생, 비서실까지 두었소?』

 『아닙니다. 고향 선배가 하는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는데, 그쪽의 전화를 같이 쓰기 때문입니다.』

 『사장실과 같은 방을 쓰시오?』

 한성우가 웃으면서 물었다.

 『아닙니다.』

 나 역시 어색하게 웃었다.

 『저번에 부탁한 기술자를 보냈는데 만나 보았소?』

 『아직 연락을 못 받았습니다.』

 『한용운이라는 후배지요. 곧 연락이 갈 거니 만나 보시오.』

 『고맙습니다.』

 『가끔 연락 주시오.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소.』

 『고맙습니다. 그런데, 한용운이라는 사람은 친척이 되십니까?』

 『아니오, 한씨는 유일하게 청주 한씨가 전부지만 그렇다고 친척은 아니오.』

 전화를 끊고 나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책 외판사에 걸려온 전화일 가능성이 있어 내가 받지 않았다. 여자 직원이 전화를 받으면서 『사장 비서실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녀의 습관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