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C수출 낙관은 위험하다

 올 들어 PC수출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중 PC 수출실적이 총 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6%나 증가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국내 주요 PC업체들이 현지 수출분까지 포함해서 집계한 PC 수출실적은 이보다 훨씬 많은 총 1조1888억원(약 10억 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는데 모두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IMF체제 이후 각종 고부가가치 제품의 해외수출이 최대 당면과제로 돼 있는 터에 그동안 부진세를 면치 못하던 PC수출이 올 들어 이처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지난 80년대 말 「PC수출대국」의 옛 명성을 되찾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게 하고 있다.

 더구나 주요 PC업체들이 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 건설중인 현지공장을 올 하반기에 마무리짓는대로 현지수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으로 있어 올해 PC수출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이러한 계획이 달성되고 PC수출 증가추세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섣부른 낙관론으로 이어져 그동안의 해외시장 개척노력이 해이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동안 PC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노력을 결코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PC수출은 다분히 국내적으로는 금리 및 임금 안정 등에 따른 가격경쟁력 회복과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기호조 등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수출 증가세 의미를 되새겨보고 좀더 구조적인 경쟁력 향상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올 상반기에 PC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배 이상 괄목할 만한 신장세를 보였다고 하지만 이는 지난해 상반기 수출이 예년과 달리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축소된, 다시 말해 기준치 자체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의 PC 수출환경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현실적으로 대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려되고 있는 금융불안의 재발 가능성을 전혀 떨쳐버릴 수 없는데다 미국 컴팩컴퓨터가 삼보컴퓨터의 수출제품인 e머신즈에 대해 특허침해로 제소하는 등 외국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또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에 상대적 영향을 미치는 엔화가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언제든지 반전될 개연성이 없지 않고,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까지 악재로 등장하고 있어 최소한 PC수출에 있어서 상대적인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여기에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금리 추가인상과 경기둔화의 가능성도 결코 PC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수출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품질경쟁력 면에서 수출물량을 무작정 늘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특히 국내 업체들이 부가가치 높은 제품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과 저가제품 위주의 수출에 주력하고 있어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물론 많은 PC업체들이 현지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함께 판로 개척에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경쟁력 약화의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품질경쟁력과 마케팅 능력의 획기적인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높은 수출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낙관해서는 안된다. 급격한 수출증가에 고무돼 수출환경 개선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종전과 같은 시행착오를 거듭할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나라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PC수출대국이었다. 연간 생산량의 80% 이상을 미국 등 선진국에 수출하면서 세계 PC시장을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원화 평가절하와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화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OEM 위주의 수출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해 PC수출대국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좌절한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품질경쟁력 강화로 외국 제품에 손색없는 제품을 개발하고 어떠한 수출환경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튼튼한 체질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PC업체들은 바로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