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정보화 문제점·의의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유통구조개선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고 있다.

 이번 사업의 실질적 주체인 「의약품물류조합」의 설립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 5월 사업계획을 확정한 뒤 6월부터는 시스템 구축에 착수키로 했던 당초 구상이 언제 실현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약품 유통구조개선사업은 국내 의약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중간 유통단계에서의 각종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책당국이 강력히 추진해온 역점 사업. 특히 이 가운데 핵심은 물류조합이 주관하는 「종합물류정보시스템」 구축과 운영이다.

 ◇문제점=의약품 유통구조개선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국 도매업체들의 반발 때문이다. 이번 사업계획안 작성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도매업협회측은 전국적인 종합물류정보시스템이 구축, 운영될 경우 그동안 유통과정에서 지녀왔던 자신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5월 1차 사업계획안은 이같은 반발을 고려해 일선 병·의원 및 약국을 물류정보망 구축대상에서 제외하고 도매상들과 병·의원·약국간의 수발주 업무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식으로 작성됐다』면서 『그러나 일선 병·의원과 약국이 정보화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전면적인 물류정보화로 다시 수정하자 도매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의약품 유통구조개선사업이 확고한 대의명분을 갖고 있고 국민이 공감하고 있으므로 더이상 질질 끌어서는 안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한 전문가는 『이번 사업은 특히 도매업계가 물류조합 및 물류정보시스템의 설립을 주도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들의 반발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정책당국인 복지부의 확고한 의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의의=의약품 유통구조개선사업, 그중에서도 종합물류정보시스템 구축으로 얻게 되는 실익은 무궁무진하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의약산업 전반의 물류비 절감 효과다.

 보건산업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종합물류망이 구축되면 연간 7조원의 의약품 매출규모 중 10% 이상에 달하는 물류비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병·의원, 약국, 물류조합, 제약업체들을 인터넷 등 전국적인 광대역 네트워크로 연계하면서 수발주·배송·재고관리·대금정산 등 제반업무에 대한 투명성·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의약분야의 전자상거래(EC), 또는 공급망관리(SCM) 구현전략인 셈이다.

 더욱이 이번 사업은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할 해외 대형 의약물류업체 및 SK 등 대기업의 진출에 맞서 국내 제약·도매업계의 강력한 경쟁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의의와 사업성 덕분에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민간업계에서 대규모 초기 투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의약품 유통정보화사업에 뛰어들겠다는 분위기가 충만하다. 한 전문가는 『국내 의약도매업계도 대외시장 개방 및 EC 확산이라는 추세에 맞춰 새로이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복지부 등 정책당국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