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엄급 PC를 1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일반 국민에게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초저가 PC 보급정책이 일부업계의 반발에 직면, 갈림길에 섰다.
정보통신부의 초저가 PC 보급계획이 발표되자 일반 소비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면서 오랜만에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집행한다며 반기는 반면 일부 대기업 및 용산업체들은 「업계 죽이기」라며 강력 반발, 양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 모두를 끌어안고 가야 할 정통부의 정책의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특히 12일에는 정통부가 고위관계자의 지시로 당초 방침을 번복, PC 보급가격을 120만원대로 인상할지도 모른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까지 겹치면서 정부는 물론 업계, 소비자들도 혼선을 거듭했고 정부의 정책의지가 다시한번 주목받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역시 가격. 정부에 반발하는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사양을 맞추고 최소한의 유통마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20만원은 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100만원 미만이라는 가격대를 제시한 것은 정보화 소외계층인 저소득, 농어촌 지역 주민들이 저렴한 값으로 PC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이 가격으로도 기존 컴퓨터업체가 원가 이하에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등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정보사회의 최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정보격차 해소를 겨냥하고 있고 PC보급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모든 국민이 21세기 인터넷시대에 적응하도록 인터넷을 비롯한 컴퓨터통신 요금체계를 손질하는 등 다각적인 정책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정부의 발표가 있자 이 제품을 언제부터 살 수 있는가, 어디에서 판매하는가 등을 묻는 일반 소비자들의 문의가 정통부는 물론 언론사에까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업계의 반발을 무마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게 정통부의 딜레마다. 업계의 의견을 대폭 수렴, 가격을 120만원대로 상향 조정한다면 정책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며 이 경우 일반 국민 여론으로부터 졸속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강행하자니 일부 컴퓨터업계의 볼멘 소리가 너무 크다.
아직까지 정통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가격이 오락가락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정책 실무진은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업계를 대상으로 한 12일 사업설명회도 예정대로 강행했다.
정통부는 다만 기존 영세업체 및 유통업계를 적극 보호하기 위해 참여업체들에는 기존 유통망을 흔들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와함께 가격 역시 110만원선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등 다소 신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정도면 정부와 업계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정통부는 원칙은 지키되 조건을 다소 완화한 이같은 방침을 12일 사업설명회에서 전달했다.
정통부는 이 경우 80만∼110만원의 가격대에서 컴퓨터업체들이 자체적인 가격경쟁을 벌일 수 있고 기존 유통업계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안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99만원과 199만원은 체감지수가 다를 수밖에 없고 정부의 야심있는 정책이 업계 반발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