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과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 주도권 경쟁이 불붙고 있다.
세계 프로세서 시장을 주도해온 인텔과 새로운 강자로의 부상을 꿈꾸는 AMD의 경쟁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과거와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래의 경쟁양상은 인텔이 신제품 출시에서 한걸음 앞서가고 AMD 등 경쟁업체들이 저가를 무기로 인텔의 뒤를 쫓는 패턴을 보였다.
고성능 신제품 시장은 항상 인텔이 먼저 차지하고 다른 경쟁업체들은 시차를 두고 인텔이 다져논 시장에 가격을 메리트로 경쟁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패턴이 바뀌고 있어 시장경쟁 판도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드명 AMDK7으로 알려졌던 AMD의 「애슬론」 프로세서 발표다.
이 회사는 지난 6월에 500∼600㎒의 「애슬론」을 발표한데 이어 최근 후속버전으로 650㎒ 버전을 발표했다.
이중 애슬론 600㎒와 650㎒ 버전은 발표 당시 경쟁제품인 펜티엄Ⅲ에선 실현하지 못한 고속 칩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AMD가 프로세서 속도경쟁에서 인텔을 추월한 것은 인텔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고성능 PC 분야에서의 세력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AMD는 특히 애슬론이 업계 최초의 제7세대 칩으로 프로세서 산업의 새 장을 여는 제품이라며 이 칩을 탑재하게 되면 지금까지 PC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최고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지금까지의 마케팅 강점이었던 「가격」에 인텔보다 앞서는 「속도」를 더해 고성능 업무용 PC 시장에서도 인텔에 도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인텔도 AMD보다는 늦었지만 최근 600㎒ 펜티엄Ⅲ를 발표하고 이 회사의 시장 공세를 차단하는데 나섰다.
인텔은 당초 9월로 예정됐던 0.18미크론 공정기술을 적용한 「코퍼마인」이란 코드명의 600㎒ 펜티엄Ⅲ의 발표 연기로 AMD와의 속도경쟁에서 뒤처지게 되자 고성능 PC분야의 주도권이 AMD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그 공백을 메울 수단으로 기존 0.25미크론 공정기술에 기반한 600㎒ 버전을 발표하게 됐다.
인텔은 또 다음달 20일께 프로세서와 컴퓨터 시스템 구성부품간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결정짓는 버스의 속도를 현재 100㎒에서 130㎒로 높인 신형 600㎒ 펜티엄Ⅲ 버전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동급 클록주파수의 제품을 비교할 때 펜티엄Ⅲ가 200㎒ 버스를 지원하고 있는 애슬론에 비해 뒤처진다는 일부의 평가도 어느정도 불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텔은 그러나 130㎒ 버스 기술이 채택될 600㎒ 신버전의 가격을 최근 발표된 600㎒ 버전과 같은 699달러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급 애슬론의 가격이 615달러로 10%이상 싸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인 것으로 분석된다.
칩의 성능개선에도 불구하고 경쟁업체인 AMD의 적극적인 시장공세에 맞서기 위해선 가격을 높이기가 부담스럽다는 인텔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AMD는 최근의 속도경쟁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또다른 방안으로 인텔과 유사한 칩 브랜드화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고성능 데스크톱용과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용, 컨수머용 등으로 애슬론 버전을 용도별로 특화시킨 후 각각 별도의 브랜드를 부여함으로써 애슬론의 인지도를 높여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