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29)

 나는 약 삼개월에 걸쳐 공장자동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을 끝낼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주체는 나 자신이었다. 두 명의 기술자를 데리고 있었으나 주로 기능적인 일을 시켰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기도 하였지만 근본적인 틀은 변함이 없었다.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것을 팔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공장을 찾아다니면서 자동화 시스템을 설명했다. 낮에는 공장을 찾아다니면서 제품 설명을 하였고, 밤에는 컴퓨터에 매달려 일했다. 내가 잠자는 시간은 하루에 서너 시간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버스를 타고 다닐 때 잠을 잤는데, 버스 손잡이에 매달려서도 잠이 들 경우가 있었다. 서서 잠드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게 되었다.

 『컴퓨터 컴자도 모르는 사람인데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하라니 말이 됩니까? 경비의 효율성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누가 운영합니까?』

 각종 전선을 만드는 공장을 찾아가서 자동화 시스템에 대해서 말하자, 사장이 하는 말이었다. 그 옆에는 공장장이라는 기술자도 있었다. 사장도 기술자 출신이었지만, 컴퓨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제가 몇 시간 가르쳐 드려도 되고, 컴퓨터를 전공한 사원을 한 명 입사시켜도 됩니다. 기계가 알아서 하니까 조작만 하면 됩니다.』

 『만약 기계가 고장나면 어떻게 하지요?』

 『우리가 와서 애프터서비스를 해드리겠습니다.』

 『몇 년간 해 줄 수 있소?』

 『삼년 정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삼년 이후에 고장이 나면 어쩌지요?』

 『삼년 지나면 다시 업그레이드시켜야 하고, 그러면 다시 삼년간 애프터서비스 해드리지요. 소프트웨어 분야는 계속 고쳐드리지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고장이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겁을 내게 마련이다. 다음은 설치하는 비용이었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부분을 제외하면 가격을 환산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처음부터 비싼 가격을 설정하면 사용하기 꺼리기 때문에 염가 판매를 원칙으로 했다. 그런데 공장에 따라서는 소프트웨어 자체보다 그것을 가동하기 위해 하드웨어 장치가 필요했다. 기계를 새로 도입해서 자동 기계장치를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의 공장처럼 대부분 자동장치가 되어 있다면 단순히 소프트웨어만 장치하여 시스템을 자동화하면 되지만 수동적인 구조로 되어 있을 경우는 기계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