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전자부품 제조업체들이 생산력 증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TDK가 올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50% 더 늘리고, 무라타제작소가 설비증강을 앞당겨 추진하는 한편 도시바, 후지쯔 등 대형 전자업체의 전자부품 자회사들도 생산력 증강에 잇따라 착수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전자부품 업체들이 생산력 증강에 적극 나서는 것은 정보기기용이나 디지털가전용 부품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99회계연도(99년 4월∼2000년 3월) 실적이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설비투자로 돌릴 수 있는 여유자금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아직은 소형·고기능 부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제조업체가 적고, 가격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어 엔화상승에도 채산성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경기의 선행지표로 간주되고 있는 전자부품업계의 설비투자 움직임이 이처럼 활기를 띠는 것은 특히 전자업계 전반의 회복기조를 반영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일본 경제기획청이 최근 발표한 「7∼9월 기계수주 통계전망」에서도 전자·통신기기 분야는 2년만에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TDK는 당초 550억엔으로 예정했던 99년도 설비투자 규모를 800억엔 정도로 상향조정했다. PC용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기간부품인 자기저항(MR)헤드에서 약 100억엔을 투자해 차세대 헤드의 제조거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휴대폰·AV기기 등에 사용하는 칩콘덴서의 생산규모를 다음달 중 월간 60억개에서 70억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칩콘덴서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99년도 결산에서 순이익이 당초의 460억엔에서 500억엔으로 약 10% 더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라타제작소는 생산 자회사인 후쿠이무라타제작소 등에서 칩콘덴서의 생산력 증강을 서두를 계획이다. 이 회사는 99회계연도 상반기(4∼9월) 결산에서 세전이익이 당초 예상치(350억엔)보다 32% 증가한 430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바는 휴대폰에서 수신한 전파로부터 필요한 주파수만을 선별해내는 표면탄성파(SAW) 필터의 생산력을 대폭 증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01년 말까지 50억엔을 투자해 생산 자회사인 도시바호크토전자의 생산력을 현재의 2.5배인 월 1600만개로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후지쯔의 생산 자회사인 후지쯔미디어디바이스는 후지쯔이와테공장에 SAW필터재료 제조를 위탁하는 방법으로 생산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