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최근 TV·냉장고·세탁기·VCR 등 일반 가전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특별소비세를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폐지키로 한 것은 국민의 생활필수품인 전자제품의 가격을 낮춰 수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비록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별소비세는 지난 77년 단일세율 10%가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을 보완하기 위해 고소득층이 소비하는 사치성 물품을 대상으로 도입됐지만 그동안 소득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소비행태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부과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야기시켜 왔다는 것은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다.
특히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이미 생활필수품이 된 가전제품에 대해 계속 고율의 특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당초 입법취지와 달리 세부담의 역진성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등의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고 이 때문에 가전업계는 특소세 부과를 전면 폐지해 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정책당국도 현행의 특소세제가 형평성의 문제 등 많은 제도적·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세수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이를 시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특별소비세법 시행령을 고쳐 일부 가전제품의 특소세를 폐지키로 한 것은 가전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현행의 잘못된 세제를 개혁하고 중산 서민층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등의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환영해마지 않는다.
내년부터 가전제품의 특소세가 폐지될 경우 일반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12% 이상 싼 값에 가전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가전제품의 경우 현재 부과되고 있는 제조원가의 10.5%에 해당하는 특소세와 특소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 최종가격에 붙는 부가가치세의 감소효과를 감안하면 그 가격은 제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충 잡아 현재보다 적어도 12% 이상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어서 서민들의 가계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폐지는 수입선 다변화 조치의 전면 폐지 이후 물밀듯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일본산 가전제품에 대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산 가전제품의 수입이 지난 7월 수입선 다변화 제도의 전면 폐지 이후 폭증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정부당국의 통계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 있는데 이번 특소세 폐지는 우리나라 가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특소세 폐지조치와 관련,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 일부 고가 오디오나 에어컨의 특소세 부과문제다. 이들 제품은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특히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일반가정의 생활필수품으로 정착된 지 이미 오래인데도 아직까지 이들 제품을 사치성 물품군으로 분류, 비과세 대상품목에서 제외시킨 것은 또다른 과세형평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특소세 폐지 이후의 사후관리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이는 일부 업체들이 신제품 개발이란 명목으로 특소세 폐지폭만큼의 가격인하를 기피하고 사실상 가격인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가전업계에서도 특소세 폐지를 계기로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에 가일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전업체들은 특소세 폐지를 계기로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개발과 경영의 효율성 제고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내년 1월까지 4개월여를 남겨두고 미리 발표한 이번 정부의 발표로 인해 가전제품의 수요를 더욱 냉각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이는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전제품의 구입을 내년 이후로 미루도록 하는 대기수요를 발생하게 해 가전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형 유통점들이 대대적인 할인판매나 투매로 재고소진에 들어갔으며 일부 업체에선 신제품 출시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는데 이번 조치가 수입선 다변화 조치의 전면 해제와 함께 지난 6월에 먼저 단행됐어야 했다는 아쉬운 점을 떨쳐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