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는 앞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에게 다가와서 설명을 했다.
『이 골목 저편으로 가서 골목을 벗어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공원으로 다시 들어가시면 그 가운데로 나 있는 오솔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신궁 건물이 보입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그 젊은이는 내가 나가려고 하자 따라 나와서 골목을 함께 걸어갔다. 그는 골목 끝에 와서 나에게 말했다.
『이곳을 돌아가시면 공원이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공원이 좀 넓어서 공원 안에서도 길을 잃을 수가 있는데….』
안심이 안 되는지 그는 나를 데리고 공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가 지나치게 친절한 듯해서 부담이 되어 말했다.
『찾아갈 수 있으니 들어가 보십시오.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 사내는 내 앞에서 설렁거리면서 걸어갔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가면서 일본이 도약한 원인을 알 것만 같았다. 그것은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을 안겨 주었다. 그 젊은이는 신궁이 보이는 곳까지 와서 나에게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보이는 바로 저곳이 신궁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는 인사를 하고 돌아섰는데, 그의 친절이 어색하고 거북한 것은 나의 사고방식이 경직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는 보편적인 일이고, 하나의 습관이면서 예의였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조그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치 패배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고, 불필요할지 모르지만 이상한 경계감을 유발시켰다. 그러나 그 청년의 친절은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나는 언젠가 서울에서 길을 잘 몰라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은 일이 있었는데, 그는 턱으로 고갯짓을 하면서 『저쪽으로 가보시오』라고 말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그 「저쪽」을 아무리 가도 찾으려는 곳이 나오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다.
어느 특정한 경험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본인의 친절은 독특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들과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그 친절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기방어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친절한 예의는 문명과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적인 친절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사무라이 시대의 부산물이었다. 자기를 철저하게 낮추지 않으면 목이 잘리는 극한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진 가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현대에 와서 그 가식을 하나의 문화로 승화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