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식기반 산업시대에는 과학기술 발전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적인 요소이고 따라서 과학기술 개발에 정부의 역할 강화와 일관성 확보는 시급한 과제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초 취임 후 처음 가진 과학기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투자는 세계 7위, 인력규모는 세계 10위인데도 과학기술 경쟁력이 세계 22위에 불과하다고 지적,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것도 과학기술의 개발 없이는 국난을 극복할 수 없고 다가오는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돼 온 화두였고 지난해 정기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지적이 있었지만 아직도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문제가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스위스의 경영평가기관인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4월 발표한 「99년도 세계 국가 경쟁력 연감」을 보면 우리나라의 국책연구 기술개발에 대한 예산투입 규모는 세계 7위권인데도 국가 기술 경쟁력에서는 조사대상 47개국 중 28위로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케 해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과학기술계 원로들이 과학기술 행정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과학기술계 원로들은 과거정권 때도 정부가 과학기술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경제관료 중심의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고언을 서슴지 않았지만 외국의 경영평가기관이 아직까지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을 형편없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 때문이라고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비판에 대해선 정부 측에서도 반성하고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계 원로들은 또 김대중 대통령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직접 언급하고 당선자 시절부터 과학기술 현장을 직접 찾는 등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과학기술에 관심이 무척 많은데도 과학기술 행정이 적극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과기부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물론 현행의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예산지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사실상 제한을 받게 돼 있는 과기부가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기부의 간사부처로서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과소 평가돼선 안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당면해 있는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고 21세기 과학기술이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과학기술계 원로들은 이밖에도 많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는데 이런 논의사항들이 과거처럼 토론에 그치는 일이 없도록 실질적인 대안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 중에서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중립적인 종합조정 능력 확보문제를 비롯해 앞서 지적한 과기부의 간사부처로서의 역할수행 문제, 타 부처로부터 공정성 시비를 일으킬 소지를 없애는 문제, 과기부 하부기관인 한국과학기술자문회의의 중립적인 위치에의 예속문제, 각 부처 및 관련기관의 역할을 조정하는 문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활성화 문제 등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현안들이다.
또 연구과제 선정과정이나 개발결과에 대한 사전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활성화하고 국책개발기술 과제가 민간기업에 이전돼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 등은 특히 과기부가 중심이 되어 과학기술계의 힘을 모아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비·연구인력 등 인풋은 선진국 수준인데도 아웃풋 면에서 후진국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과학기술계 원로들의 주장 중에는 과기특보 신설 등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처럼 탁상토론만으로 끝낼 성질의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