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사이버 신대륙"에 우리 깃발을

 지난 2000년의 인류역사상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이 토지를 근간으로 한 농업사회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면 20세기 컴퓨터에 의한 사이버공간(Cyber Space)의 발견은 산업사회가 꽃피워 지구상에 단 한 뼘의 땅도 주인없는 곳이 없는 이 시대에 신대륙 발견에 비견할 만한 대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사이버공간 위에 건설되는 사회가 인터넷 사회이며 21세기에는 인터넷 사회를 선점하는 국가가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 인터넷 사회로 가는 다리(Bridge)가 바로 소프트웨어(SW)다.

 18세기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수공업인 면직업이 증기기관을 이용한 방적기계의 발명으로 기계화했고 수많은 실직자가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이른바 산업구조조정에 의한 실업 발생이다. 이때 영국에서는 실직한 방직공장 종사자들이 떼지어 다니면서 닥치는대로 방적기계를 파괴하는, 이른바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러다이트(Luddite)운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얼마 후 방직공장에서는 설비와 시설을 확장해 전보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한 바 있다.

 지금 성숙된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가는 구조조정기에 또 다시 인력의 퇴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80년대 미국은 구조조정에 의한 많은 적자와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다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조조정을 가져온 정보통신산업에 집중투자하고 특히 SW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90년대 미국에서는 25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고 이 중 33.9%가 SW산업 부문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산업사회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있는데 일면 「한국판 러다이트운동」이라고 하겠다. 농업이나 산업부문에서 퇴출되는 인력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제는 정보통신산업, 특히 SW산업을 개척해 새 직업과 새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오늘날 SW기업은 미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미국이야말로 전세계 SW산업에 있어 지배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30대 SW기업의 77%에 해당하는 23개 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액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시장이라 할 미국시장에서 인정받고 팔리는 제품은 어느 나라에서나 인정해 주고 구매해 준다.

 98년 현재 우리나라 정보화 수준은 23위에 머물고 있다. 1위인 미국을 비롯해 북유럽이 선두주자이고 싱가포르·일본·대만 등이 아시아권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SW산업 대비 국내 SW산업 생산액 비중은 98년 0.6% 수준으로서 그 환경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며, 자발적 성장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산업의 핵심부분이라 할 SW산업을 국가가 이끌어 주지 않으면 그 격차는 더 커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SW기업이 어떻게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가.

 벤처캐피털 및 벤처기업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하버드대의 쿠메르레(W Kuemmerle) 교수는 우리 SW기업이 미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의 벤처기업이 완제품, 반제품, 조직화된 인력, 아이디어 등을 망라한 모든 것에 대해 미국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며 마케팅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도 미국 현지에서 하고 미국 현지 마케팅인력을 고용하는 등 철저하게 미국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지만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관문이기에 우리는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이다.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중심이 된 한·미 SW벤처 펀드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미국 현지에서 한국SW심포지엄1999(Korea Software Symposium 1999) 개최, 보스턴 시장 개척단 파견, 현지 파트너회사 알선, SW관련 단체와의 공식적인 협력증진 등의 활동은 우리 SW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이 가교(架橋)를 지나 꿈과 희망이 피어나는 미국시장, 신대륙에 우리 기업의 깃발을 꽂아야 하지 않겠는가.

<박영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