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PC보급 "반쪽 정책" 전락

 100만원 미만에 PC를 보급하겠다던 정부의 초저가 인터넷PC 보급정책이 일부 대기업의 흔들기로 가격이 120만원까지 상향 조정되는 등 일보 후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사업자 신청에 국내 4대 PC메이저가 약속이나 한듯 모두 불참,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하게 됐다.

 물론 그간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상대적인 홀대를 받았던 중소 PC업계가 이번 사업을 계기로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있지만 4대 메이저사가 철저히 이를 외면, 신뢰성 높은 브랜드 PC의 저가구매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게 됐다.

 정보통신부는 28일 컴퓨터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초저가 PC보급 계획서를 접수한 결과 세진컴퓨터·엘렉스컴퓨터·현대멀티캡·현주컴퓨터·주연테크·용산전자단지 상점 진흥사업협동조합 등 모두 46개 업체가 참여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시장점유율 1∼4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삼보컴퓨터·LGIBM·대우통신 등 이른바 빅4는 모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의 100만원 미만 초저가PC 보급계획에 강력히 반발, 가격 상한선을 110만원대로 상향 조정케 하는 등 정책혼선을 초래한 당사자로 지목받으면서 물의를 일으켰던 삼성전자가 불참하고 여타 대기업까지 이에 동조한 것은 충격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사전에 치밀한 준비작업 없이 계획을 발표, 국민의 기대감만 높여놨다가 급작스런 가격조정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정통부는 「업계에 놀아났다」는 비판을 받으며 다시한번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역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 공익성을 앞세워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정부정책에 비협조로 일관,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의 성패 열쇠는 상대적으로 고가정책을 취하고 있는 대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였다』며 『정통부가 제시한 사양을 충족시키는 PC는 지금도 용산상가에서 100만원대에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정부의 초저가PC와 비슷한 사양을 갖추고 국내 메이저업체가 제조한 PC는 미국 등지에서 500달러대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 국민만이 유독 비싼 값에 PC를 장만하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업들은 이에 대해 『애프터서비스, 마케팅 비용 및 관리비 등 오버헤드 코스트 때문에 내수제품 가격을 수출품 값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수출에서 부족한 채산성을 내수에서 채우고 있다는 논리가 돼 당분간은 정부와 함께 네티즌들의 혹독한 비판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이번에 참여신청서를 제출한 46개 업체를 대상으로 애프터서비스 능력, 매뉴얼 작성의 간편성 등을 종합 평가, 이르면 이번 주말께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인터넷PC」 마크를 부여해 줄 계획이다.

 인터넷PC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일시불로 살 수도 있지만 전국 우체국에서 실시하는 컴퓨터구입적금에 가입하고 2개월 이상만 불입하면 곧바로 제품을 안방에 설치할 수 있다. 초저가PC가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10월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