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듐 이어 ICO글로벌도 워크아웃 신청.. GMPCS서비스 "궤도 이탈"

 「범세계위성이동통신(GMPCS) 서비스가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달 중순 GMPCS 컨소시엄인 이리듐은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채무조정신청(Chapter 11)을 요청했다. 이리듐이 채무조정신청서를 제출한 지 바로 2주 후 동종업체 ICO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스도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채무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채무조정신청은 파산신청(Chapter 7) 전 단계로 구조조정을 위해 채무를 일정기간 동결하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의미한다.

 이리듐은 채무조정신청서 제출 당시 채무불이행 금액이 15억달러에 달했다. 이리듐은 당시 3차례 만기 연장된 8억달러에 대해선 상환했지만 여전히 15억달러를 상회하는 채무불이행 금액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ICO도 최근 유상증자에 실패하는 등 자금난을 겪어 왔었다. ICO는 당초 내년 4·4분기까지 12개의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자금난에 봉착, 계획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10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성을 통해 세계를 단일 통화권으로 연결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들고 나온 GMPCS 사업자들이 현재 어려운 사업 환경에 직면해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간주됐던 GMPCS사업자들이 이처럼 어려움에 직면하자 투자자들도 잇따라 발을 빼고 있다. 엘립소는 최근 대주주인 미국 보잉이 컨소시엄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형편이다.

 일반투자자들도 GMPCS 사업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 이리듐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한때 주당 5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가입자확보 등이 원활치 않게 되면서부터 주가는 직하강, 채무조정신청 직전에는 2달러대로 급속히 추락했다.

 GMPCS의 실패는 우선 불완전한 통화서비스에 기인한다. 현재 서비스를 제공중인 66개의 이리듐 위성 중 일부가 고장나 이 때문에 통화단절 현상이 자주 발생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건물 안이나 밀집지역에서는 신호가 약해 통화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업계관계자들은 『고속도로나 건물 옥상에서만 터지는 이동전화가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일반인이 구입하기는 부담스런 단말기 가격도 문제다. 3000달러를 호가하는 이리듐단말기와 1000달러에 육박하는 무선호출기는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또 벽돌만한 단말기 크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비스요금도 높은 편이다. 이리듐을 통한 국제통화료는 한때 분당 7달러에 육박했다. 이 가격대에서는 잇따라 통화요금을 인하하고 있는 이동전화업체와 PCS업체들에게 경쟁이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리듐은 지난 6월 서비스요금을 65% 인하했고 복잡한 요금체제를 단일화하는 등 대대적인 요금인하를 단행했다.

 마케팅 전략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 있다. GMPCS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일반인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각국 정부기관, 해운업체, 재난구조기관 등을 위한 서비스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가입자 확보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가입자가 없는 서비스는 존재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점으로 현재 GMPCS 사업자 중 유일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리듐은 지난 3월말 현재 가입자가 1만여명에 불과했고 올 1·4분기에 5억5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위기를 겪어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GMPCS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무선 데이터 통신망의 급속한 발전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동전화가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현재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GMPCS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동전화상으로 다양한 로밍 서비스를 재개함으로써 GMPCS 서비스의 필요성은 더욱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리듐과 ICO 등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광대역 위성 컨소시엄업체들도 사업상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GMPCS는 제공하는 서비스 형태에 따라 협대역과 광대역으로 구분되는데 광대역 위성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도하는 「텔레데식」, 알카텔의 「스카이 브리지」, 모토롤러의 「세레스트리」, 록히드마틴의 「아스트로링크」 등 총 9개 컨소시엄이 10종의 광대역 위성서비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광대역 위성서비스가 GMPCS의 아들」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며 앞으로 광대역 위성서비스도 GMPCS사업자와 같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현재 케이블TV망과 광섬유를 통한 멀티미디어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어 광대역 위성서비스의 효용가치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GMPCS 사업자들이 구조조정과 새로운 서비스로 GMPCS에 날개를 달지 않으면 러시아의 우주 정거장 미르와 같이 추락을 할 지 주목된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