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48)

 『야근은 며칠간 할 거야?』

 한용운의 아내가 물었다. 그녀의 질문은 나에게는 마치 남편을 왜 그렇게 혹사시키고 있느냐는 항변으로 들렸다. 그래서 내가 대답하였다.

 『앞으로 사흘 정도면 됩니다.』

 『사흘만 저녁 도시락을 만들어 주겠어?』

 한용운이 아내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그녀는 남편을 때릴 듯이 손을 쳐들었다가 나를 의식하고 손을 내렸다. 오준호가 커피 포트를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옆방의 사람들이 거의 나가고 조용해졌다. 그들은 하루 동안 받은 서적 주문 약정서를 성지숙에게 넘겨주고 이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러 나간 것이다. 성지숙은 비서이기도 하지만 경리일도 하였다. 아침에 출근해서 사무실을 청소하는 일도 하고 있으니 그녀는 사환이기도 하였다.

 『아주머니 음식이 정말 맛있군요. 앞으로 사흘만 더 수고를 해주시겠습니까? 제가 부탁하면 해주시는 것이죠?』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여자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나는 갑자기 용기가 솟구쳐서 허황된 소리를 하였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남의 사무실을 같이 쓰면서 고생하고 있지만, 앞으로 1개월 후면 제대로 된 사무실로 옮길 것이고, 1년 후면 주식회사로 만들 것입니다. 5년 후면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고, 10년 후면 사옥을 지을 것입니다.』

 한용운의 아내는 나를 힐끗 쳐다보면서 아무 말이 없었다. 묻지도 않는 말을 한 듯해서 나는 약간 계면쩍어졌지만, 그것은 나 자신에게 한 선언이었는지 모른다. 사실, 무심결에 지껄인 말인데, 지내놓고 보니 그것은 그대로 실천이 되었다.

 벤처기업 창업자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든지, 아니면 두세 명의 직원을 모아놓고 허황된 소리를 하게 마련이었다. 일종의 야망이겠지만, 그 야망을 가슴속에 담고 있기에는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무엇을 발명했나요?』

 내 말이 허황되게 들렸는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네. 발명은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해야 하죠. 일본에서 소프트뱅크를 차린 손정의는 하루에 한 건씩 연간 250건의 발명을 하겠다고 선언을 한 일이 있었지요. 그는 열아홉살 때 음성번역기를 개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