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62)

 모험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아서 나는 급속한 성장을 하게 됐다. 어머니가 용돈을 모아서 준 270만원이 유일한 자본금이었는데, 이제 미화 50만달러의 매출이 생긴 것이다. 기술 로열티로 받은 것이니까 거의 순수익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간 성장이 자본금의 200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급속 성장은 나에게 자만심을 불러일으켰고, 곧 문제점을 야기하게 됐다. 급속 성장에 따른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의 경우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 자만심이었다. 모험을 수반하는 벤처기업에서 사업주의 자만심은 필요한 것이기는 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못한 기업주의 독주는 위험을 초래한다.

 나는 기술자 출신이기 때문에 영업에 대한 취약점을 드러냈다. 영업을 전담하게 하기 위해서 세운상가의 바이트숍을 경영했던 노정기를 채용했지만, 그것이 최선의 일은 되지 못했다. 기업 경영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업무였지만, 경영 초보였던 나로서는 그 일에도 완벽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자신의 가게를 하다가 실패한 사람은 그 경험이 풍부하기는 하지만,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직장을 떠나 다시 회사를 차릴 생각을 하고 있었고, 비즈니스 활동도 그에 염두를 두어서, 만나는 사람들도 나중에 독립했을 때 자기 사람을 만드는 것을 계산에 넣었다.

 노정기는 경비를 쓰면서 많은 기업인들을 만났지만, 일의 성취보다 사람 사귀는 일에 비중을 뒀다. 그것은 훗날 그가 회사를 떠난 다음 나의 회사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고객이 된 것을 보고 알았다. 그것은 인적자원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는 말이 된다. 당시로서 이러한 인적관리는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한동안 최초로 개발한 신제품 FA­33의 후속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기기의 자동제어장치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같은 패턴이었기 때문에 그 기기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변형시키면 됐다. 그러나 공장에서 자동제어장치에 대한 인식이 돼 있지 않은데다, 사람이 직접 다뤘던 공정을 자동으로 바꾸려면 소프트웨어만을 장착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기계설치를 자동화시켜야 했다. 그래서 당시의 공장자동화사업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기술자들을 기술용역으로 내보낼 수 없어서 계속 제품 연구에만 투입했다.

 새로운 제품의 연구는 막연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막연함 속에서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무기한의 연구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