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림바사 킴 폴레이제이
실리콘밸리에서는 「아무도 폴레이제이만큼 자바를 모른다」는 말이 있다. 킴 폴레이제이(Kim Polese·39) 마림바 사장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홍보담당자 시절 호감 가는 외모와 재치있는 말솜씨로 「가장 세련된 자바의 대변인」이라는 평판을 들었다. 원래 무용가가 꿈이었던 폴레이제이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프로에 데뷔하지 못하는 바람에 UC버클리로 가서 생물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인생항로가 바뀌었다.
자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직장으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기술지원팀을 선택했던 그는 마케팅부에 결원이 생기면서 운좋게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일약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사가 됐다.
폴레이제이는 93년 선의 비밀 프로젝트팀에 참가할 기회를 잡았다. 당시 이 팀에서는 오크(Oak)라는 코드네임으로 자바를 개발했다. 선의 엔지니어 제임스 고슬링이 개발의 주역이었다. 폴레이제이는 엔지니어는 아니었지만 자바라는 이름을 결정하는 일부터 인터넷 전략 수립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95년 겨울, 마림바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가는 대신 선사 동료들과 함께 한 카페에 모여 벤처사업을 구상했다. 이 자리에는 선 출신의 전설적인 프로그래머들이 모여들었다. 자바와 넷스케이프를 결합한 새미 샤이오(Sami Shaio), 핫자바 웹브라우저를 작성한 조너선 페인(Jonathan Payne)을 비롯해 아서 반 호프(Arthur Van Hoff) 등 모두 걸출한 엔지니어들이었다. 이들이 모인 카페 이름이 바로 마림바.
이듬 해 1월 이들은 팔로알토의 월세 2000달러짜리 오래된 건물 저장실에 사무실을 차리고 회사이름을 마림바로 결정했다. 이들이 선택한 아이템은 네트워크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보내고 다양한 전략정보를 곁들여 제공하는 푸시 소프트웨어.
96년 1월 마림바를 대표하게 된 폴레이제이는 푸시 소프트웨어 캐스터넷으로 인터넷시장을 공략했다. 마림바는 출범하자마자 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포인트캐스트와 함께 푸시 테크놀로지의 선두업체로 떠올랐다. 푸시 열풍이 사그라든 후 폴레이제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약간 손질했지만 소프트웨어를 위협하는 마림바의 잠재력은 여전히 월스트리트 투자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는 벤처업체들이 많다. 그들은 모두 『MS사가 우리를 죽이려 한다』며 과장 섞인 비명을 지른다. 사실 마림바도 웹의 정복자가 되려는 MS의 야심을 가로막는 귀찮은 훼방꾼 중 하나다.
폴레이제이에게는 경영학이나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가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아주 콧대가 센 스타일이다. 1급 벤처캐피털 KPCB의 파트너로부터 경영자문을 받으며 당당하게 마림바를 이끌어간다.
폴레이제이의 자신감은 이탈리아 이민자였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공구상을 경영했던 부모는 유별난 교육열을 가졌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교육열은 사실 우리와 좀 비슷하다. 어린시절부터 피아노와 무용을 공부했던 폴레이제이는 항상 A학점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 과자봉지를 들고 TV 앞에 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매일 들었던 잔소리다.
킴 폴레이제이는 실리콘밸리의 1세대 여성 CEO인 오토캐드의 캐럴 바츠, 이베이의 여장부 맥 휘트먼,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계의 샛별 크로스월즈의 카트리나 가넷과 함께 차세대 밀레니엄을 이끌 여성경영인 4인방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