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빠지는 "인터넷 거품"

 최근 인터넷 거품이 빠지는 듯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코스닥에 등록한 인터넷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폭락세를 거듭하는가 하면 투자선점 경쟁을 벌이는 창투사들도 신규투자에 다소 신중을 기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기업을 비롯한 주요 벤처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해지고 있어 이같은 진상이 수면 위에 뜨면 또 한차례 대규모 주가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터넷 열풍은 올초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과 맞물리면서 불기 시작했다. 이 열풍은 물론 국내 인터넷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특별한 검증과정 없이 갑작스레 불어닥친 인터넷 열풍은 상당한 역기능을 노출한 것도 사실이었다. 인터넷이라는 타이틀만 달면 사업성에 관계없이 엄청난 배수로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여기에는 창투사들의 투자경쟁과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주식공모」가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외국의 인터넷업체들과 제휴하기 위한 국내 업체들간에 경쟁이 벌어지면서 쓸데없이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 결과로 빚어진 피해는 적지 않다. 우선 기업의 내실을 기하는 본질적인 노력보다는 겉모양만 그럴싸하게 보이는 데 주력하는 인터넷기업이 일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이들의 잘못된 사업관행은 대다수 건전한 인터넷업체까지 싸잡아 평가절하시키면서 인터넷산업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열풍에 편승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 일반 투자자들은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최근 인터넷 거품이 걷히는 현상은 인터넷기업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소문으로 나돌고 있는 검찰의 인터넷기업 수사설에 대해서는 자칫 이제 막 꽃 피우기 시작한 인터넷산업의 기반을 흔들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사태를 우려해 현재의 잘못된 관행을 덮어둔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건전한 산업기반을 위해서는 기업가나 투자자가 모두 냉철해져야 한다. 기업인 스스로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고 기업가치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기반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창호기자 c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