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통신 그룹분리.워크아웃 추진.. 교환기 판도 "안갯속"

 제일은행을 비롯한 6개 채권은행이 4일 대우통신을 그룹에서 분리, 워크아웃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대우통신이 국내 교환기산업 구조조정의 핵으로 떠올랐다.

 특히 채권단은 대우통신 통신부문에 대해 독자 회생보다는 매각쪽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10여년간 지속된 교환기 4사 체제가 전면 재편될 가능성도 매우 큰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통신은 그간 통신부문의 해외매각을 독자적으로 추진, 미국 라베스사와 양도양수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최근 이 계약이 돌연 백지화됐다.

 이 회사는 이 때문에 TDX100 공급권을 무기로 기사회생하거나 아니면 국내외 기업에 팔려나가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됐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데 있다. 독자 회생의 길을 간다 하더라도 이미 교환기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시장이 완전개방된 상황에서 자생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환기 3사와 이미 TDX100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상태라 한국통신이 발주하는 신규 교환기 물량을 독점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채권단이 선호하는 매각에도 곳곳에 지뢰가 깔려 있다. 교환기산업 특성상 외국기업이 인수하는데는 고려해야할 요소가 너무 많다. 국가 기간망에 소요되는 교환기를 외국기업이 공급할 수 있느냐는 국민들의 정서적 거부감에서부터 여타 교환기업체와 체결한 TDX100 기술이전 계약의 승계 여부에 이르기까지 쾌도난마식으로 처리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교환기업체들 가운데 자금력을 갖춘 기업이 이를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LG정보통신·한화정보통신 등은 하나같이 대우통신 인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환기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판에 덩치 키우기에 나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자금력 있는 현대전자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는 전자를 중심으로 단말기에서 서비스, 위성통신에 이르는 종합통신사업자의 꿈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교환기 생산이 요구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의 재벌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는 현대가 반도체에 이어 교환기사업까지 벌이겠다고 나설지는 의문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