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자본금이 생기면서 넓은 사무실을 얻었다. 그래서 모든 기술자들이 방해를 받지 않고 연구할 수 있도록 각자의 독립된 방을 주었다. 방을 따로 주었다고 해서 완전히 막혀 있는 방은 아니지만, 칸막이로 막아서 외부와 차단을 했고, 각 방에는 야전 침대를 놓았다. 그곳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장인 나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이 없다. 나는 기술자의 한 사람이었고, 다른 기술자들과 같은 모양의 칸막이를 하였고, 그들과 같은 구조로 만들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에 모여서 회의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영업을 뛰고 있는 노정기와 전화를 받는 여직원 공선미까지 포함되었다. 그러나 전체 회의가 끝나면 기술자들만이 모인 기술회의가 열린다. 기술자 회의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그동안에 생각한 아이디어라든지 의견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었다.
『무엇을 생각하려고 애쓰면 오히려 생각이 더 안 나는 것 같아요. 영감이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한용운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연구하다 보면 이것도 일종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고 내가 말했다. 회의가 진행되면 주로 내가 이야기했고, 다른 사람들은 듣는 편이었다.
『예술이기 때문에 영감을 무시할 수 없지요. 영감은 무의식에서 창출되는 것입니다.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라는 말이 있지요. 기원전 3세기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그리스왕국의 히에론 왕이 있었습니다. 이 왕은 자신의 왕관을 순금으로 만들도록 지시를 해서 그것을 완성했는데, 왕은 그 왕관을 만든 부하를 의심했습니다. 말하자면, 순금을 모두 넣지 않고 은을 섞거나 이물질을 섞었을 것이라는 의심이었지요. 그래서 왕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졌는가를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기술로서는 완성된 왕관이 순금인지 아닌지를 밝혀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그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그는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들어가 목욕을 했는데, 자신의 몸이 물에 잠기자 욕조의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그는 깨달았지요. 왕관과 똑같은 순금이 밀어낸 물의 양과 그 왕관이 밀어낸 물의 양을 비교해보면 진위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그는 욕조에서 뛰쳐나와 벌거벗은 채로 집으로 뛰어갔다고 합니다. 그때 그가 외친 말이 있습니다. 「유레카, 유레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찾았다, 찾았다」라는 뜻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