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65)

 배용정은 다시 하품을 하였다. 회의를 마치려고 했으나 하던 이야기는 끝내야 될 듯해 나는 말을 이었다.

 『노래하며 기타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져 아무도 환영을 안한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가 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라이트형제가 시험 비행을 하고 있을 때 신문에서는 이런 비판적인 글이 나갔다고 합니다. 최근에 사람이 하늘을 날게 한다는 등 쓸데없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있는데, 현명한 과학자라면 인류를 위해 좀 더 유익한 일을 했으면 싶다라고. 그렇듯이 여러분들도 남이 하는 말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해 봄에 나는 대구의 방적 공장 「고려방적」으로부터 직조 기계의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수주를 받아냈다. 그것은 다이묘 주물 공장에 납품한 FA33의 기본 틀로 프로그램을 바꾼 것이었는데, 소프트웨어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컴퓨터까지 납품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약 6개월의 시간을 가지고 하드웨어 분야까지 완성해서 납품하기로 했던 그 수주는 일본에 기술을 수출한 것 못지 않은 두번째의 성과였다.

 그런데 하드웨어 분야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점이 문제였다. 일본에 제어장치 소프트웨어를 수출할 경우에도 그 칩을 만들어 팔 수 있는 하드웨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 몇 배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분업화되어 있지 못해서 제대로 된 하드웨어 공정을 갖춘 곳이 없었다. 그때 나는 하드웨어에 손을 댈 결심을 하였다. 그래서 서울 근교에 공장을 세우기로 작정을 하였다. 이미 결정을 하고 전체 직원 회의를 열어 의견을 물었다. 그 회의에는 여직원 공선미도 함께 참여했다.

 『나는 반대입니다.』 한용운이 말했다. 이미 결정을 해놓고 의견을 묻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정면으로 반대를 표명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개발해서 팔려고 하는 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기술조차 아직 시기상조라고 할 만큼 이릅니다. 그런데 하드웨어 분야에 시설을 해놓고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으면 그것은 경제성을 잃게 됩니다. 고려방적에 납품을 하는 것도 일시적인 것이지요. 한번 설치하면 5년간은 사용할 것이고, 그 다음에 다시 설치한다고 해도 그 5년이란 기간이 너무 멀어요.』

 『고려방적 한 군데를 위해서 공장을 만들려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만들면 수요는 창출될 것으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