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한국전력을 대주주로 하는 파워콤이 전기통신회선설비 임대역무를 신청해 왔다고 최근 밝힘에 따라 한국전력의 통신망 분리독립작업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파워콤은 한전이 신설한 통신망 분리독립 자회사이며 정통부는 금년 말까지 이를 심사해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간통신사업자 허가는 지난 98년 사전공고제도를 폐지해 주파수 제약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자 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어 파워콤도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신규사업허가를 받아내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계획하고 있는 통신망 자회사는 내년 3·4분기에 3분의 2 지분이 민간기업에 팔리게 된다.
현재 한전망을 사용하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들 LG텔레콤·하나로통신·두루넷·SK텔레콤은 물론 각 지역의 케이블TV사업자들에게 지분을 넘기게 된다. 그 후 한전의 배전분야가 민영화되는 2003년 이후에는 나머지 3분의1 지분까지 완전히 민간에 매각,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민영화 과정에서의 이뤄지는 지분매각 조건이다. 한전은 내년에 예정된 지분매각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시비가 나오지 않도록 동일인 지분한도를 10%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통부가 과거 실시한 정책과 유사하다. 당시 정통부는 PCS 등 신규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철저히 동일인 지분한도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불과 2년도 못돼 원점으로 회귀했다. 세계 통신시장의 흐름인 거대기업간 인수합병을 통한 글로벌적인 사업확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이었다.
세계시장의 흐름을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동일인 지분제한이라는 족쇄는 주인없는 기간통신사업자를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내포한다. 국내 통신시장에 경쟁원리가 도입되면서 시장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주인이 없다 보니 투자 및 마케팅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하게 돼 시장경쟁력은 갈수록 저하되는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 파워콤은 한전이 통신망을 분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주위에서는 동일인 지분제한이라는 조건은 한전이 통신망 자회사를 완전 매각하기 이전까지 입김을 강하게 하기 위한 배경을 깔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게다가 완전 매각에 이르기 이전에 정권이 바뀔 수 있고 이 경우 한전의 통신망 자회사 완전 민영화는 또다시 U턴할 수도 있는 가변성마저 지니고 있다.
통신사업은 이제 국내시장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만 경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세계 거대 통신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려면 주인이 등장해 강력한 정책을 펼쳐야만 한다. 정부도 뒤늦긴 했지만 최근 이를 인식해 LG그룹의 데이콤 지분제한 각서를 풀어주었고 하나로통신과 주요 주주들이 체결했던 합작투자 계약서의 폐지 분위기 조성에도 한몫을 했다.
한전은 통신망을 구조조정 차원에서 완전 분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렇다면 분리 자회사는 어차피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고 기존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과 경쟁도 해야 한다.
동일인 지분제한이라는 어설픈 논리를 내세우지 말고 사업시작 초기부터 확실한 주인이 등장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주는 게 우리의 통신산업 구조조정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