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정치문화에 대한 네티즌의 욕구는 앞서가는 데 비해 정치인들의 정보마인드는 거북이 걸음이다. 최근 정치증권 「포스닥」이 등장한 데 이어 시민단체연합이 국정감사 모니터 결과를 웹사이트로 공개하는 등 사이버 신풍속도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정치무대를 사이버공간으로 옮기려는 정치인들의 노력은 크게 미흡해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기업 대신 국회의원들을 상장한 정치증권 「포스닥」(posdaq.co.kr/)의 경우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청와대, 21세기 포럼 등에 이어 정치 관련 베스트 웹사이트 5위에 오르는 등 네티즌들로부터 열띤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인기도와 그에 따른 주가변화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인터넷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대응자세는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개혁국회 초대의원으로 포스닥을 개설한 신철호씨(28·연세대 정치학과)는 『주가가 폭락할 경우 주식평가의 신뢰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데 그칠 뿐, 인터넷 주제토론실에 참여하거나 E메일 답장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포스닥의 한 실무운영자는 『그동안 포스닥의 인터뷰에 응했던 국회의원들 가운데 실제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의원은 드물었다』며 정치인들의 정보 리터러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29일부터 하이텔과 인터넷으로 공개되고 있는 국정감사 시민감시연대회의의 모니터링에 대해서도 국회의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는 18일까지 국정감사 기간 동안 계속될 이 행사에서는 40개 단체 150여명의 모니터링 요원들이 국회의원 개개인의 점수를 순위로 매겨 하이텔(GONGOKOREA)과 인터넷상(www.ngokorea.org)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성실한 국회의원과 그렇지 못한 국회의원을 분별하고 행정부의 정책수행 여부를 투명하게 평가할 수 있는 판단근거를 제공한다』는 호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모니터링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정치인들이 거센 반발을 보여 건교위, 통일외교통상위, 국방위, 보건복지위, 재경위 등이 모니터링을 불허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백현종 간사는 『이번 결과가 16대 총선에 미칠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당황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추궁할 것』이라고 밝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참가한 빌 브래들리 상원의원이 인터넷을 통해 고어 부통령보다 더 많은 후원금을 모금하는 등 사이버정치가 자리잡고 있다. 고어 진영의 경우 친분이 두터운 경제계 인사들의 후원금이 대부분을 차지한 데 비해 브래들리측은 다이렉트 메일과 인터넷 펀드 레이징을 통해 네티즌들로부터 성금이 답지하면서 드라마틱한 추격전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치인들의 사이버공간에 대한 마인드 제고와 1인 1홈페이지 갖기 캠페인 등 정보 리터러시 확보를 위한 노력이 아쉽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