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556돌 한글날과 국어의 정보화

 우리나라가 급속한 성장을 이룬 것은 국민 모두의 노력의 결과이지만, 그 바탕에는 매우 중요한 심층적 요인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 심층적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글 문맹률이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낮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것은 국민이 모든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을 수 있는 무기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녹음기·전화기·라디오·TV·신문 등의 전면적인 보급으로 국민 모두가 대량의 다양하고 질좋은 지식과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셋째, 상당수의 가정에 개인용 컴퓨터가 구비되고 이를 이용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정보화를 넘어 21세기 지식사회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국가와 민족의 흥망이 언어와 문자 및 그 전달매체들을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던 시대는 가고, 그 정보의 운용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가 왔다.

 우리의 목표도 이제는 변화되어야 한다. 우선 국민을 정보화하는 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어와 문자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새로운 정보교환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어정보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국어정보화는 남과 북, 그리고 세계에 산재해 살고 있는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한국학 및 한국문화를 알려고 하는 모든 세계인을 대상으로 계획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곧 한국어 정보화 내지 한글정보화의 길이며 우리 글과 말이 생존하는 방법이며 나아가 한민족 정보화를 이루는 길이다. 어문학자와 전산학자 등 모든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가운데에서만 국어정보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인식도 중요하다.

 또 국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국가와 민족의 번영이, 특히 21세기에서의 번영이 이러한 정보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크게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정보화를 단순히 「(전산망을) 설치하는」 것으로만 인식하는 지도자들은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20세기의 마지막인 556돌 한글날을 맞이하면서 느끼는 것은 오늘 우리가 논의한 일들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보화에 대한 오늘의 논의는 그것이 실천적인 의미로 다가갈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닐 것이며, 그것이 또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윤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