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최근 특소세 폐지 시행 시점을 당초 예정했던 내년 1월 1일보다 앞당겨 개정안의 국회 통과 시점부터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간의 관련업계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동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예상되는 오는 11월말이나 12월초부터 특소세가 부과되지 않은 저렴한 가격으로 가전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가전업계는 정부의 특소세 조기 폐지 방침에 따라 그동안 위축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며 용산 등지의 전자상가들도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 판매전에 나설 움직임이다.
특소세 폐지 대상은 TV, 냉장고, 세탁기, VCR, 전자레인지, 오디오, 유선전화기, 진공청소기, 게임기, 가스레인지 등 일반가정에서 사용하는 중저가 제품들로 이미 예고된 바와 같다. 가격 인하 효과는 특소세 10.5%와 여기에 부수되는 교육세와 부가세 등을 감안, 약 12%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에어컨, 프로젝션TV, 벽걸이TV 등 에너지 소비량이 많고 고가인 제품들은 현행대로 특소세가 부과된다. 이미 본지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지만 당초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던 특소세 폐지문제가 그동안 현안으로 제기된 것은 정부의 이같은 계획이 실제 시행일보다 4개월이나 앞서 너무 일찍 공개되면서, 해당 가전제품 제조업체와 1만여개 가전유통업체들이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관련업계는 그동안 수입제품과의 가격경쟁력 확보, 물가안정을 통한 경기부양 등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는 특소세 폐지를 적극 주장해 왔으나 특소세 폐지 일정이 너무 일찍 발표됨으로써 IMF이후 겪고 있는 매출 감소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전자상가와 전자산업진흥회, 가전업계가 지난 9월초 재경원과 국회 재경위원회 위원 등 관계기관에 특소세 폐지 조기 시행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제조·유통업계의 항의와 반발이 줄을 이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특소세 폐지의 조기 시행 방침은 당연한 조치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겨울철 난방기기의 본격적인 수요 증가와 함께 2000년형 신제품의 대거 출시를 앞두고 있어 이번 조기 시행은 소비자 부담의 경감과 함께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기 시행 방침은 특소세 폐지가 예상되는 11월말까지 단기적으로 대기수요 발생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으며 이 때문에 가전유통은 더욱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실제로 일부 대리점과 대형 유통점에서는 이미 특소세가 폐지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까지 있어 이같은 행위가 자칫 무자료 거래를 조장하는 등 불법·탈법 행위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특소세 조기 폐지 방침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없지 않으나 특소세 폐지를 앞두고 야기되고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전업계에서도 이번 특소세 조기 폐지가 오는 2000년 본격적인 디지털 가전시대를 맞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